지난 25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학교 서문 앞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앞에 삶은 돼지머리 두개가 약 한달째 놓여 있다. 김규현 기자
“제발 혐오와 차별을 멈춰주세요.”
경북대 컴퓨터학부에 다니는 무아즈 라작(26)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28일 오전 대구시 북구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북대 서문 앞 이슬람 사원 건립 공사 현장에 반대 주민들이 놓은 삶은 돼지머리가 약 한달째 방치되자, 유학생들과 ‘이슬람 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로 진정하기로 했다.
라작은 “(사원을 짓는 곳은) 2014년부터 매일 기도를 드리던 곳이었다. 주민들과도 평화롭게 지냈다. 대법원 판결에도 일부 주민들 반대로 사원 공사는 1년 반 이상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돼지머리까지 두는 것은 종교적 혐오, 괴롭힘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앞에는 삶은 돼지머리 두개가 한달째 놓여 있다. 하나는 공사 현장 입구 앞, 다른 하나는 유학생들이 임시 기도소로 쓰는 주택 바로 맞은편이다. 10월27일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처음 가져다 놓은 뒤 지난 8일 두개로 늘었다. 하루 다섯차례 이곳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그때마다 돼지머리를 마주친다. 돼지는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상온에 오래 방치된 삶은 돼지머리에는 하루살이가 꼬였고, 쿰쿰한 냄새가 진동한다. 지난 25일 점심 기도를 마치고 나온 한 무슬림 유학생은 <한겨레>와 만나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돼지를 먹지 않는다. 기도하러 갈 때마다 돼지머리가 보이지만,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기도만 하고 나온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은 이유는 “공사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어서”라고 한다. 사원 쪽이 공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2심 판결(대구고법)이 나온 뒤 지난 8월 1년6개월 만에 공사를 재개하자 주민들은 무력으로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주민 일부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주민들이 새로 찾아낸 실력행사 수단이 ‘돼지머리 가져다 놓기’였다.
김정애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주민들이 지금까지 고소·고발만 9건을 당해 이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문화와 정서의 차이를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법적으로 접근해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고 말했다.
민원 해결 때까지는 공사를 중지하라고 했던 북구청은 2심에 이어 지난 9월 대법원에서도 공사 허용 판결이 나온 뒤 손을 놓았다. 이상훈 북구청 건축주택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돼지머리와 관련해서는)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최근 돼지머리 존치를 옹호한 답변을 내놨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지난 24일 북구청은 ‘이슬람 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돼지머리 등 물품은 사원 건축 반대 목적으로 사용 중으로 해당 주민에게는 필요한 물품이며, 일정 주기로 새 물품으로 교체하는 등 관리가 되고 있다. 해당 물품을 폐기물로 간주해 행정 조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소훈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북구청 답변은 혐오를 목적으로 필요한 물건이니 처리할 수 없다는 궤변”이라며 “지난 10여년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면서 차별적인 행동은 합법적이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퍼진 것 같다. 관공서나 국가가 규범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2020년 12월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를 안 주민 350여명이 북구청에 반대 탄원서를 냈고, 북구청은 주민들과 합의해 민원을 해결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건축주 쪽과 시민단체 등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철회하라는 소송을 했고, 1·2심에 이어 지난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지난 25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학교 서문 앞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앞 골목에 “공사 관계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과 “이슬람 사원 건립으로 파괴되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주세요”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규현 기자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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