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한 이슬람사원 모습. 건물 1층에 자리한 이 사원은 ‘대구 이슬람 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 없잖아. 예수교도 있고, 천주교도 있는데 뭐 어떻노.”
지난 22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 한 건물 앞에서 만난 곽아무개(70)씨가 3층 이슬람사원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곡동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곽씨는 손을 내저으며 “이슬람사원이 있는지 없는지… 별일 없이 지냈다. 남한테 해코지하는 것도 아닌데, 뭘”이라고 말했다.
곽씨가 가리킨 건물 3층으로 올라가 보니, 사원 앞에 코로나19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고, 안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아래층인 1층과 2층에는 식당과 학원이 영업 중이었다. 1층 계단 입구에 악수와 포옹을 금지하는 경고문과 큐아르(QR)코드 출입 인증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한국어와 아랍어로 나란히 안내돼 있었다. 건물을 나서자, 길 건너 600가구 규모 아파트, 대형 마트, 경찰서 등이 보였다.
10여분을 걸어 찾은 또 다른 이슬람사원은 대로변 상가 건물 1층에 있었다. 아랍어와 한국어, 영어로 ‘대구 이슬람센터’라고 적힌 간판 옆으로 꽃집과 건강식품 매장이 나란히 있었다. 12년째 운영 중이라는 건강식품 매장 주인 권아무개(59)씨는 “(이 건물에) 이슬람 사람들이 온 지는 5년 정도 됐나. 큰 행사가 있으면 사람도 많아서 초반엔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면서도 “가끔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사실 이분들이 건물 안에서 활동하니까 부딪힐 일은 없다”고 했다.
6개월 전 이웃이 됐다는 꽃집 사장 박아무개(55)씨는 “저는 크리스천이다. 사람 좋기로 하면 이슬람 교인들이 얼마나 좋다고. 이 동네는 주차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이분들은 말하는 즉시 움직인다”며 “만나면 반갑게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별 탈 없이 산다”고 했다. 이 사원을 다니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누아르(36)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끔 요리하면 음식 냄새가 나긴 했겠지만, 사원에서 기도하거나 모임을 가져도 주민들과 갈등은 (기억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청 쪽은 “사원을 이유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터 앞으로 반대 주민들이 붙인 펼침막과 집회 천막이 있다.
‘저희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유럽 사례처럼 무슬림 밀집지역 되어 슬럼화된다.’
비슷한 시각에 찾은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 주택가 곳곳에는 대조적인 펼침막 글귀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경북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슬람사원을 새로 짓자며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 상당수가 소음과 냄새, 슬럼화 등을 이유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에 나섰다. 지난 2월 주민 민원을 받아들여 북구청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려 공사가 중지됐지만,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민의 반대는) 뚜렷한 근거가 없고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에 기반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공사 중지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북구청이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지만, 소송 참여 주민 9명이 항소하면서 법정 공방은 이어지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이슬람사원이지만, 대구시 곳곳에는 이슬람사원이 들어서 운영 중이다. 대구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파악한 곳만 11곳에 이른다. 종교시설은 따로 등록 절차를 두지 않는 만큼, 더 많을 수도 있다. 시가 파악한 결과 이슬람사원은 달서구, 서구, 북구, 달성군 등에 산재하는데 달서구가 5곳으로 가장 많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성서산업단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공사가 멈춘 대현동 경북대 서문 앞 주택가와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현동 주민들의 이슬람사원 반대 뜻은 완고하다. 김정애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은 “(다른 곳과 달리) 주택가 한가운데 사원을 짓는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상가 거리와 달리 주택가는 조용해야 한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종교적 자유와 시민의 편익이 충돌하는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구청의 자치 역량과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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