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밤 고립된 광부 2명을 구조한 직후 구조된 광부의 동료들이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빠르면 7일 갱도 내부 현장감식을 하는 등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장찬익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6일 “사고가 발생한 봉화군 아연광산 제1수갱(수직갱도)의 지형조사 등 1차적으로 외부 감식을 지난 5일 실시했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안전관리관과 함께 갱도 내부 현장감식을 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 빠르면 6일 늦어도 7일에는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경북경찰청은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사고의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장찬익 계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장찬익 계장은 또 “지난달 26일 사고 발생 직후 구조된 광부 5명은 사고현장 최근접 경험자이면서 목격자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능한 이른 시일에 조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은 심리적 안정이 필요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221시간 만에 구조된 광부 2명은 입원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면 조사할 방침이다. 이런 기초조사 이후에 업체 대표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며, 조사시점은 이달 중순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저녁 6시 사고 발생 당시 지하 190m 갱도 안에서는 광부 7명이 땅을 파고 바닥에 레일을 설치하는 굴진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뒤 작업자 2명은 2시간 만에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5시간 만에 구조됐다. 그러나 광산을 운영하는 성안엔엠피코리아는 119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조장 박아무개(62)씨와 보조작업자 박아무개(56)씨 등 광부 2명은 지난 4일 밤 11시3분까지 211시간 동안 지하에 고립됐다.
사고가 난 제1수갱에서는 지난 8월29일 오전 10시6분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엔 지하 50m 지점에서 채석작업을 하던 광부 2명이 흘러내린 광석더미에 미끄러지면서 5m 아래 구덩이로 떨어져 매몰됐다. 이 사고로 광부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에 대한 조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또다시 제1수갱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경찰은 두 사고를 묶어서 한꺼번에 조사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광부 1명이 숨진 지난 8월29일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1수갱 인근 폐갱도 지표관통부는 침하 및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 일체의 갱내 충전 작업을 중지하고 인원 및 차량의 접근을 통제하라”고 안전명령을 내렸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안엔엠피코리아가 안전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장찬익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갱도 내부에는 안전문제 때문에 경찰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기관과 긴밀하게 정보공유를 하며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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