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됐다가 구조된 광부 2명이 입원 중인 안동병원. 이정하 기자
경북 봉화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됐다가 구조된 광부 2명의 건강 상태가 수일 내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양호하다. 생환자 중 한 명은 퇴원 뒤 부모님 산소에 먼저 찾아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방종효 안동병원 내과 과장은 5일 낮 12시20분께 병원 로비에서 구조된 광부 2명을 회진하고서 언론에 이같이 알렸다. 그는 “처음 구조됐을 때 체온이 떨어지고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했다”며 “장기간 고립돼 있으면 근육에 손상이 오는데, 경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구조된 생환자들은 구조 즉시 구급자로 광산에서 한 시간여 떨어진 안동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 당시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건강 상태였다.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족과 의료진 등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체력을 보이고 있다.
방종효 과장은 “두 분 모두 평소에 체력이 좋으셨던 것 같다. 현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회복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지 않겠나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 낮부터 식사도 시작했다. 다만 장기간 빛에 노출되지 않아 망막이나 각막 손상이 있을 수 있어 2~3일 동안은 안대를 착용하고 천천히 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 과장은 광부들이 음식물 없이 221시간을 버틴 과정도 일부 설명했다. 그는 “고립됐을 때 커피 믹스 30봉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늦게 구조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 나눠서 마셨다고 하더라”며 “그 뒤에는 떨어지는 물로 아마 연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가 3∼4일만 늦었어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방 과장의 소견이다.
병원을 찾은 이철우 경북지사도 생환자와 나눈 이야기를 취재진에 전했다. 이 지사는 “‘어떻게 버텼냐’고 물으니 ‘쿵쿵 소리(구조를 위한 발파 작업 소리를 가리킴)가 나니까 구조하러 온다는 희망을 갖고 버텼다고 하더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베테랑(생환자 중 한명인 60대 박아무개씨)은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당장 하고 싶은 게 뭐냐’ 하니까 밥 한 걸 먹으면서 소주 한 잔 딱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주 소박하게 말했다. 퇴원 뒤엔 곧바로 부모님 산소에 찾아뵙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저녁 6시께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아연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조장 박아무개(62)씨와 보조작업자 박아무개(56)씨가 지난 4일 밤 11시3분께 극적으로 구조됐다. 221시간 동안 갱내에서 주운 비닐로 움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 손실을 막으며 장시간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뒤 곧바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혈액검사 등을 받은 뒤 이날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안동/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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