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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하천 범람…달려간 지하주차장에 갑자기 빗물이 들이찼다

등록 2022-09-06 17:38수정 2022-09-07 02:11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왜?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 침수 피해를 막으려던 시도가 애꿎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6일 경북 포항시 인덕동 ㅇ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주민 5명 실종·사망 사고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이 집중호우 때 지하 시설물 안전관리 수칙만 제대로 숙지하고 지켰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태풍이 접근하고 도로를 사이에 둔 하천이 범람할 조짐마저 보이는데 단지 전체에 차량 이동 안내 방송을 한 관리소 쪽 대응은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고가 일어난 6일 이른 아침, 포항시 인덕동 일대에는 시간당 1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태풍 힌남노의 접근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전날 저녁 7시부터 누적된 강수량이 369㎜에 달했고, 초속 10m 안팎의 북서풍이 시가지를 휩쓸었다. 포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형산강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지하주차장 사고가 난 인덕동과 오천읍을 따라 흐르는 냉천도 이미 몇 군데가 범람한 상태였다.

새벽 5시30분, 폭 25m 해병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단지와 접한 냉천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물이 아파트단지 쪽으로 밀려드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자동차 침수를 우려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냉천 범람으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찰 염려가 있으니 주차된 차량을 이동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1995~1996년에 완공된 이 아파트에는 1단지 367가구, 2단지 479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주차장 입구엔 차수벽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배수시설도 새로 지은 아파트들에 견줘 취약했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이 차를 빼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향했지만, 범람한 하천물이 눈깜짝할 새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들어왔다. 한 아파트 주민은 “처음 방송할 때는 단지 안에 물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순식간에 물이 (둑을) 넘어와 허벅지까지 물이 찼다”고 말했다.

차량 대피가 시작되고 1시간쯤 지난 시각, 1단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 7명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았다. 10분쯤 뒤 소방당국에는 주차된 차를 옮기러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가족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주차장은 이미 입구까지 흙탕물로 가득 찼다. 소방차가 출동해 배수 작업을 시작했지만 물이 들어찬 공간이 워낙 커 진척이 더뎠다. 배수 작업이 40%쯤 이뤄진 저녁 8시15분, 에어포켓이 형성된 주차장 천장에서 파이프와 부유물을 잡고 버티던 실종자 전아무개(39)씨가 흙탕물을 헤치고 주차장 밖으로 나왔다. 1시간 뒤엔 또 다른 실종자 김아무개(52·여)씨가 구조됐다. 김씨 역시 에어포켓 덕분에 생존이 가능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추가 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밤 10시가 넘어가며 실종자 3명이 잇따라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포항남부소방서는 “(사고가 난 아파트에는) 이날 오전 7시41분 첫 신고가 접수돼 수색에 나섰고 소방관 40여명, 경찰관 10명, 시청 공무원, 해병 1사단 관계자 등 120여명이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저녁 7시쯤 현장 브리핑에서 “동력펌프 16대를 이용해 물이 가득 찬 지하주차장에서 배수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높이 3.5m, 너비 35m 규모다.

이정하 김규현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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