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된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직원들이 정수장을 청소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애벌레가 나오자 “수돗물을 정수하거나 끓여서 먹으라”고 안내했던 창원시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병에 담은 수돗물을 일부 보육시설과 가정에 공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수돗물 관리에 구멍이 생긴 점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전국 485곳 정수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19일 “안전한 수돗물이 공급될 때까지 진해지역 시민들에게 병입 수돗물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전날 4천병을 관내 어린이집(152곳)과 취약계층(2840가구)에 전달한 데 이어 19일에는 5천병을 추가 공급했다. 병입 수돗물은 밀양댐 물을 정수해 1.8ℓ 병에 담은 것이다. 창원시는 이와 별도로 강변여과수로 만든 350㎖짜리 병입 수돗물 2천병을 애벌레가 나온 가정과 동주민센터를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병입 수돗물 공급은 시작됐으나 수돗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용원동을 제외한 진해구 모든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석동정수장에서 지난 7일부터 애벌레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서다. 병입 수돗물을 공급받는 가구는 석동정수장 관할 6만5300가구의 5%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창원시 담당자는 “특별조사위원회 요청에 따라 우선 급한 곳부터 병입 수돗물을 공급했다”며 “석동정수장에선 17일부터 애벌레가 나오지 않고 있는 터라, 이미 관로에 들어간 애벌레가 모두 빠져나가기까지 며칠만 지나면 이번 사태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견해는 창원시 설명과 다소 거리가 있다. 특조위의 한 민간위원은 <한겨레>에 “수돗물에서 발견되는 깔따구 애벌레보다 애벌레를 죽이기 위해 수돗물에 투입하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더 위험하다. 이 때문에 수돗물의 식수 사용을 당분간 중지하도록 시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하라고 요구한 것인데, 창원시가 엉뚱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여성회·행복중심진해생협·진해여성의전화 등 진해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비상급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환경부 쪽은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년 하는 실태점검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다음달 8일까지 전국 485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최상원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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