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애벌레가 나온 경남 창원 석동정수장에서 지난 11일 직원들이 염소 섞인 물로 정수장을 청소하고 있다. 창원시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낙동강물을 정수한 경남 창원시 진해 지역 수돗물에서 4급수 생물지표종인 깔따구의 애벌레가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경남도가 도내 51곳 모든 정수장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현재 경남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56%가량은 낙동강물을 정수한 것이다.
경남도는 12일 “깔따구 애벌레로부터 안전한 수돗물을 도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29일까지 도내 51곳 모든 정수장을 시·군과 함께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 7일부터 창원 석동정수장이 공급한 수돗물에서 깔따구 애벌레가 잇따라 발견된 데 따른 것으로, 낙동강에 서식하는 깔따구 애벌레가 도내 다른 정수장에까지 유입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다.
경남도 내 정수장 51곳 가운데 낙동강물을 취수해 정화하는 곳은 창원 5곳, 양산 3곳, 김해 2곳, 함안·의령 각 1곳이다. 이들 12곳에서 생산하는 수돗물은 하루 59만8500t으로, 경남 전체 인구의 56.7%인 183만7천여명이 이 물을 공급받는다.
앞서 지난 7일 창원 석동정수장에서 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됐다. 석동정수장은 낙동강 본포취수장과 성주수원지에서 물을 공급받아 정수한 뒤, 용원동을 제외한 창원시 진해구 6만5300가구에 식수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진해서부노인종합복지관 등 석동정수장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시설과 가정에선 깔따구 애벌레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창원시는 낙동강 강바닥의 퇴적토에 서식하는 깔따구 애벌레가 본포취수장에 유입돼 석동정수장을 거쳐 가정에까지 흘러든 것으로 추정한다.
창원시는 깔따구 애벌레 퇴치를 위해 정수장에 염소 투입량을 늘리고, 응고제를 이용해 애벌레 등 불순물을 바닥에 가라앉히기로 했다. 정수장 수조는 염소를 섞은 물로 청소했다. 이미 정수장에 들어온 애벌레가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차단망도 설치했다. 주민들에게는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때 반드시 끓여서 먹도록 당부하고, 학교 등 급식시설엔 정수한 물 또는 끓인 수돗물로 음식을 조리하도록 권고했다. 수돗물을 사용하는 물놀이 시설은 잠정 폐쇄했다. 제1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조사위원회도 구성했다.
창원시 상수도사업소 담당자는 “지난 7일 이전에는 깔따구 애벌레가 정수장에서 발견된 일이 없다. 낙동강에 서식하는 깔따구의 애벌레가 정수장에 유입된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수장 시설 점검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애벌레. 창원시 제공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수돗물 안전성 보장을 위해서는 상수원수인 낙동강 수질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화학약품에만 의존한다면 보기에 좋은 수돗물을 만들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시민에게 발암성 높은 식수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라며 “낙동강 취수장 일대 퇴적토와 수환경 실태 정밀조사, 깔따구 애벌레 이동을 막는 시설 설치 등 수돗물 안전성 확보와 불신 해소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창원시에 요구했다.
깔따구는 모기처럼 생긴 곤충으로, 실지렁이·종벌레·꽃등에 등과 함께 4급수 생물지표종이다. 깔따구 자체가 해충은 아니지만, 고여 있는 더러운 물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접촉하면 아토피·천식·비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물질이 낙동강 강바닥에 가라앉아 쌓이면서 퇴적토에 영양분을 공급해, 깔따구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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