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의회에 여성 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왼쪽부터 김원순, 이정숙(이상 더불어민주당), 김향숙, 최두임, 허옥희(이상 국민의힘), 이쌍자 당선자.
“바지런하고 똑소리 나고, 그러면서도 거들먹거리지 않고. 의회에서도 확실히 여자가 남자보다 일을 잘하데요.”
경남 고성군 고성읍에 사는 최정낙(65)씨는 8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자 군의원 후보를 찍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11명으로 이뤄진 경남 고성군의회에는 지난 1일 지방선거를 통해 여성 의원 6명이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보수적인 시골 지역의 기초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경남에선 고성군의회가 유일하다.
고성군의원은 3개 지역구에서 선출된 9명과 비례대표 2명을 더해 11명이다. 지역구 의원 중에선 김원순(55·더불어민주당), 김향숙(61·국민의힘), 최두임(65·국민의힘), 이쌍자(54·무소속) 당선자 4명이 여성이다. 비례대표 2석도 여성인 이정숙(54·민주당), 허옥희(62·국민의힘) 당선자가 차지했다. 특히 4명을 뽑는 가선거구(고성읍·대가면)에선 남성 6명과 여성 3명이 겨뤘는데 김향숙(19.20%·이하 득표율), 김원순(18.46%), 이쌍자(16.45%) 후보가 1·2·3등으로 당선됐다.
군의원 경력은 이쌍자 당선자가 가장 많다. 2014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고성군의회에 처음 입성한 뒤 2018년과 이번에는 모두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됐다. 지난 4년 동안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김향숙·김원순 당선자는 이번에 지역구로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30년 동안 지역 농협에 근무하며 주민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최두임 당선자는 다선거구(영오·개천·구만·회화·마암·동해·거류면)에 출마해 2등으로 당선됐다. 이정숙 당선자는 국악협회 고성군지부 이사와 고성새마을금고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허옥희 당선자는 고성읍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고성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여성 의원이 고성군의회의 과반을 차지한 것과 관련해, 서순목 고성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계장은 “유권자들이 원래 있던 여성 의원 3명에 대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잘했다고 평가한 게 반영되지 않았겠냐”고 했다.
김원순 당선자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여성에게 맡겼더니 꼼꼼하고 부지런하게 잘하더라’는 주변의 말을 들었다. 작은 지역이라서 이런 소문이 빨리 퍼진 것 같다. 여성 정책, 어린이 정책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김향숙 당선자도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지역민들의 평가 결과라고 생각한다. 고성을 위해 다시 한번 열심히 일할 기회를 주신 고성군민들에게 감사드린다. 항상 고성군민들과 함께하는 여성 의원이 되겠다”고 했다.
이쌍자 당선자는 “여성이 과반을 차지하면 의회 분위기도 많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오로지 고성군 발전을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는지 경쟁하는 의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음 선거에서는 더 많은 여성 의원, 특히 젊은 여성 의원이 많이 탄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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