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정권 의원을 지지하는 주민들’ 40여명이 대구 수성구 어린이회관 앞에 모여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탈락한 박정권(50) 수성구의원에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박정권 의원을 지지하는 주민들’ 제공
“의원님, 우리 동네를 위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주세요.”
대구 수성구 범어1·4동과 황금1·2동 주민 40여명은 지난 10일 이렇게 적힌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대구어린이회관 앞에 모였다. ‘박정권 의원을 지지하는 주민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정권(50) 수성구의원에게 무소속 출마를 요구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7일 민주당 대구시당을 항의방문했다.
결국 지난 11일 박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대구에서 현역 민주당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 이후 민주당 소속 대구 기초의원 9명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줄을 이었다.
모임을 준비한 차정숙(48)씨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주당 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한 분에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것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출마 의사가 있는데도 공천에 탈락해서 출마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은 동네에 일 잘하는 의원 1명을 잃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박 의원을 다시 뽑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18년 수성구에서 새벽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이 청소차 외부 발판에 올라타 일하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환경미화원이 쉽게 올라탈 수 있는 내부 공간이 마련된 이른바 ‘한국형 청소차’ 도입을 이끌어내는 등 지역 변화를 만들었다. 그는 대구·경북 의원정책 대상 최우수상,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 최우수상(공약이행률 92%) 등을 받았다. 이런 박 의원의 활동이 지역 주민들을 움직이게 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박 의원 지역구에 청년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애초 박 의원과 청년 후보의 경선이 예정돼 있었는데, 청년 후보 쪽이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광역·기초의원 가운데 여성과 청년을 각각 1명 이상 추천해야 한다는 당규를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위원회가 청년 후보를 단수 추천하자는 내용을 중앙당에 보냈고, 청년 후보는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박 의원처럼 대구의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가운데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박정권 의원을 포함해 류지호·조용성(수성구)·김태형·홍복조(달서구)·권상대·이은애(동구)·김기조(북구)·김정태·도일용(달성군) 등 모두 10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청년·여성 등 정치 신인을 우선 공천해야 한다는 방침을 이유로 탈락하거나 재심에서 탈락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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