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7일 대구 중구 선거준비사무소에서 대구시청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예정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잇달아 지역 숙원사업을 뒤집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국민의힘 군소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반홍연대’를 꾸리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홍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핵심 공약을 알리는 대구 7대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청 이전 건립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날 홍 의원은 대구시청 이전 건립과 관련한 질문에 “시청은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 시청 이전 계획은 모두 검토한 뒤 그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에 있는 현 대구시청사 이전 논의는 2004년부터 시작돼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19년 공론화위원회를 꾸려져 2박3일 동안 시민 숙의토론을 거쳐 오는 2026년까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으로 옮기는 안이 결정됐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업을 일방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에 비판이 세지자 홍 의원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청 이전뿐 아니라 전임자의 모든 정책을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문제 되는 정책은 공론화를 거쳐 시정한다는 측면에서 다시 보겠다는데, 단정적으로 이전을 무효화한다고 부산떠는 것은 어이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7일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6일) 문답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서 바로 잡고자 한다. 시청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는 일반적인 원칙을 이야기한 것이다. 각 도시의 시청이나 도청은 중심가에 있다. 대구 중심가는 중구이니, 일반 원칙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대구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제2대구의료원 건립과 관련해서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난번에 (2020년 대구시가 시민들에게 코로나19 희망지원금을 지급해) 뿌린 2400억원으로 감염병 센터도 만들 수 있고, 의료원도 만들 수 있다”며 “(제2대구의료원 건립은) 검토해봐야 한다. 지금 답변할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진행한 제2대구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발표를 보면, 시민 건강권 보장 등 이유로 대구 동북권에 4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6.7%가 제2대구의료원 설립에 찬성했다. 대구시는 기본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추진 등을 거쳐 2027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고, 권영진 시장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한 전국시도지사간담회에서 제2 대구의료원의 필요성을 강조히며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홍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전력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우려도 크다. 대구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그가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일을 기억한다. 그 뒤로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홍 의원의 생각도 달라졌기를 기대한다. 지금이라도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약속하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홍 의원의 ‘재검토’ 발언에 상대 후보들은 맹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7일 “홍 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하루 만에 사과 한마디 없이 번복했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번복을 하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위험하고 즉흥적이며 자신의 안위가 먼저인 후보에게 대구시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정상환 예비후보도 “홍 의원의 반복되는 이런 태도는 문제가 있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 자리를 대통령 선거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해서 이런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군소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반홍준표’ 연대를 꾸리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진숙 예비후보는 7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한 8명 가운데 홍준표, 김재원, 유영하 후보를 제외한 권용범, 김점수, 김형기, 정상환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 예비후보는 “현재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들은 본인의 정치적 계산으로 대구를 이용하려고 한다. 정치적 계산만 있는 후보에게 대구를 맡긴다면 대구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깊은 고민 끝에 단일화 제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형기 예비후보도 8일 “홍준표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를 반대하는 모든 후보, 모든 당원, 모든 시민의 반홍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 의원은 전직 시장이 어렵게 닦아 놓은 각종 대구 발전 사업 기반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대구 발전을 위해 시장에 출마한 모든 후보는 반홍연대를 꾸려 그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에 공천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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