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 시장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민선 8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3선의 꿈과 소명을 잠시 생각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드리는 것이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취임한 뒤 지금까지 혼신을 다해 일했다고 자부한다. 8년 가운데 5년은 야당 시장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했다. 극단적 진영대결과 네편 내편이 극명한 정치 지형에서 야당 시장으로 일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대구코로나’라는 조롱과 ‘대구봉쇄’라는 모멸스러운 순간도 겪었고, 저를 신천지로 모는 정치적 낙인도 감내했다. 가짜백신 사기사건 주역으로 내몰리기도 했지만, 위대한 대구시민 덕분에 모든 난관을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코로나19로부터 시민들을 지켜 하루빨리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전력을 다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구 공약이 새정부 중심 과제로 채택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윤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를 맞이했다. 다음 대구시장은 윤 당선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구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이 임기를 마무리한 뒤 윤 당선자와 함께 새 정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권 시장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끝난 뒤 당분간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대구에서) 몸이 편찮은 모친을 돌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구시 제공
권 시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소속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한 뒤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이 3선 출마를 포기한 배경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찾아볼 수 없는 낮은 지지율 탓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과 무소속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의 페널티를 애초 많게는 25%에서 10%까지 줄인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페널티를 적게 받으면서 당내 공천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분석이다.
권 시장은 2014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처음 당선됐고, 2018년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3선 대구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일주일 전인 지난 23일에는 윤 당선자와 따로 만난 사실을 밝히며 ‘윤석열 깐부’(절친한 친구)를 다음 대구시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는 홍준표 의원이 출마한다고 밝혔고, 김재원 전 최고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도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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