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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받고 깜짝”…‘시급 1만원대’ 생활임금, 92개 지역으로 확산

등록 2021-10-14 04:59수정 2021-10-14 10:06

공공일자리 ‘생활임금 도입’ 활발
최임보다 10~20% 많은 수준으로 지자체 수탁업체 노동자가 대상
서울 16개구 1만702원으로 가장 높아…일부 시·도교육청서도 시행

“첫 급여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6월부터 부산 기장군에서 평일 하루 5시간30분 동안 방역업무를 맡고 있는 이아무개(47)씨는 “경력단절이어서 법정 최저임금을 기대했는데 첫 급여명세서를 받고선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요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보고 지원해 선발됐다. 기장군은 공공일자리 참여자인 그에게 올해 생활임금인 시간당 1만43원을 지급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8720원)보다 15.1% 많다. 4주 근무 기준으로는 20여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씨는 “주부로 지내다가 뒤늦게 일자리를 얻는 것이어서 최저임금이나 받겠거니 했는데, 생활임금을 받으니 너무 감사하고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12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내년에도 계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이상 적정 수준 임금을 지급하는 생활임금이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2013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가 처음 도입한 이래 8년 만에 전국 92개(40.3%·지난달 말 기준) 기초자치단체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 중이고, 내년에는 최소 3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 31개 시·군, 대전 5개 자치구, 광주 5개 자치구가 모두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인천은 10개 구·군 가운데 계양·부평·서·연수·미추홀·남동구 6곳, 충남은 15개 시·군 가운데 천안·아산·논산·당진시 4곳, 전북은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익산·군산시 3곳, 전남은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여수·나주시와 해남군 4곳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에 대구, 경북, 울산, 경남과 강원, 충북, 제주는 해당 지역 안에 생활임금을 도입한 곳이 단 1곳도 없다. 특히 대구, 경북은 광역자치단체에서도 도입하고 있지 않아 해당 지역은 생활임금의 불모지인 셈이다.

같은 영남이지만 다른 곳과 달리 부산 지역에서는 생활임금이 꾸준하게 확산하는 중이다. 2018년 중구와 동래구, 기장군에 이어 2019년 남구와 사상구에 생활임금이 도입됐고, 지난해엔 해운대구와 수영구, 부산진구, 올해엔 서구가 시행에 들어갔다. 내년엔 사하구와 연제구가 추가돼 16개 구·군 가운데 11곳(68.7%)에서 생활임금이 시행된다.

기초단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8720원)보다는 많지만 대체로 광역자치단체보다는 적은 수준에서 책정된다.

서울은 25곳 모두 올해 시간당 1만원을 넘겼다. 16개 구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당 1만702원을 지급한다. 내년도 생활임금을 확정한 성동·성북·금천·서대문·강남구는 1만702원 이상을 지급한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연수구는 올해 생활임금으로 1만310원을 지급하고 있어, 1만150원을 지급하는 인천시보다 160원(1.57%) 많다. 연수구는 내년에 1만830원을 지급한다.

대전 기초자치단체 5곳은 내년에 생활임금 1만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서구와 유성구는 올해 1만원을 넘었고 동구와 중구는 내년에 각 1만110원과 1만240원을 지급한다. 부산의 기초자치단체 9곳도 올해 모두 1만원을 넘겼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전남과 전북 기초자치단체들은 1만원 미만의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남과 전북에서 가장 많은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해남군과 전주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9670원, 9790원이다. 전북 익산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9050원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서는 서울·부산·대전·경기·전남·제주 6개 교육청에서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내년에 충북도교육청이 합류하면 7곳으로 늘어난다.

시·도교육청들의 생활임금은 대체로 광역자치단체보다 많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한테 시간당 1만460원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시 생활임금 1만341원에 견줘 119원 많다. 내년엔 부산시 생활임금 1만868원에 견줘 122원 많은 1만990원을 지급한다.

2016년부터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생활임금을 올해(1만1010원)보다 230원(2.1%) 많은 1만1240원으로 결정했다. 내년도 서울시 생활임금 1만766원에 견줘 474원 많다.

2017년 생활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1만300원, 올해는 1만460원을 지급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근무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교육공무직 13명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66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생활임금을 처음 도입한 전남도교육청은 내년엔 시간당 9500원으로 결정했다.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에 견줘 340원 높은 금액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교육공무원들이 조금이나마 생활안정에다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활임금 제도가 확산하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함께 지적된다. 우선 적용 대상이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하다. 최저임금과 별 차이가 없어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생활임금 제도가 먼저 도입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생활임금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이직이나 결근이 줄었고, 빈곤율에도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미쳤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김광수 기자, 전국종합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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