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 15일 충북도청 앞에서 생활임금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충북지역 시민단체가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운동에 나섰다. 충북도의회는 조례 제정에 적극적이지만 충북도는 예산난 등을 이유로 시큰둥한 분위기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비정규직 충북본부)는 도민 1만5100명이 서명한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 주민발의 청구안’을 충북도에 제출하고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고 24일 밝혔다. 조례안에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충북도와 충북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용역업체 노동자 등), 생활임금 수준, 위원회 설치·운영 등이 담겨 있다.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한다. 비정규직 충북본부 자료를 보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 가운데 107곳(44%)이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역 시·도 생활임금은 시급 1만17원(세종)~1만702원(서울)으로 최저임금(시급 8720원)보다 15~20%가량 많다. 김순자 비정규직 충북본부 집행위원은 “생활임금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 요건”이라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먼저 도입한 뒤 민간으로 확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생활임금 도입을 위한 조례안과 생활임금 도입 주민발의 청구 서명부를 충북도에 제출하고 있다.
충북도는 “다음달 5일까지 시·군 읍·면·동을 통해 서명 유·무효를 따진 뒤 해당 부서에서 조례 규칙 심의 등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례 제정은 도의회 몫”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배성만 충북도 노사협력팀장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도입은 민간에서 동일 노동을 하는 이들의 임금 인상과 투자 위축, 고용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재정 여건과 경제 상황 등을 살펴 장기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년, 2016년, 2019년, 2020년 등 4차례 생활임금 도입을 검토한 바 있는 도의회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 광역단체 대부분에서 보듯 생활임금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특히 주민발의로 조례안을 청구한 터라 조례 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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