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 7월20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오윤주 기자
생활임금 도입은 기초자치단체보다 광역자치단체 사이에서 활발하다. 기초단체 생활임금 도입률은 40% 남짓이지만, 광역자치단체는 17곳 가운데 15곳이 생활임금을 도입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시장 교체 여파로 증가율이 0%로 떨어져 뒷말이 나왔으며, 올해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울산과 충북에서는 더딘 움직임과 적용 대상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곳은 대구와 경북을 뺀 나머지 15곳이다. 이 가운데 내년도 생활임금 최고액은 경기도 시급 1만1141원이다. 올해(1만540원)보다 5.7% 올라 내년 최저임금(9160원)보다 1981원 많고, 월 급여 기준으로는 올해(220만2860원)보다 12만5천원가량 오른 232만8469원이다. 적용 대상은 경기도 및 경기도 출자·출연기관 노동자와 도 간접고용 노동자 1700여명이다.
경기도에 이어 광주광역시(1만920원), 전라남도(1만900원), 부산광역시(1만868원), 전라북도(1만835원)가 2~5위를 차지했다. 이어 강원 1만785원, 서울 1만766원, 인천 1만670원, 제주 1만660원, 충남 1만510원, 대전 1만460원, 세종 1만328원, 충북 1만326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22년도 최저임금 시급(9160원)에 견주면 최대 21.6%(경기)~11.3%(충북) 많은 수준이다.
대전과 경남, 울산은 이달 중 금액과 지급 대상 등을 결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울산은 올해 3월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뒤 7월 말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아 고시가 늦어질 수도 있다.
인상률은 경기와 전북이 5.7%로 가장 높았고, 강원 5.2%, 인천·부산 5.1%, 제주 5%, 전남 4.1%, 광주 3.8%, 세종 3.1%, 충남 3%, 대전 2.5% 순이었다. 적용 인원은 서울이 1만4천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 2730명, 인천 2300여명, 부산 2천여명, 경기 1700명, 세종 1474명, 강원 487명, 충남 288명 등이다.
내년 생활임금 책정과 관련해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서울시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관련 조례를 제정하며 생활임금 확산을 선도했지만, 올해 인상률이 0.59%(64원)에 그치며 액수 기준 7위로 내려앉았다.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시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 취임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서울시는 “생활임금과 최저임금 격차로 인한 민간-공공 노동자 간 소득 불균형도 감안했다”며 “최근 3년간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져 공정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민간과 격차를 줄이려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는 얘기인데, 이를 두고서는 “낮은 최저임금을 공공부문이 견인하게 도입한 게 생활임금인데 민간부문과 격차를 말하는 것은 제도를 곡해하는 것”(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첫 시행을 앞둔 충북에서는 적용 대상을 놓고 도와 도의회가 대립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적용 대상을 놓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표결을 통해 도가 주장한 대로 지자체에 직간접적으로 소속된 노동자만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충북도의회는 도와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은 물론 △도에서 사무를 위탁받거나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 소속 노동자 △도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의 하수급인이 고용한 노동자 등도 생활임금 적용 대상으로 규정한 조례를 통과시킨 바 있다.
앞서 생활임금을 도입한 시·도들에서도 적용 대상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대체적으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리돼왔다.
박경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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