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10명 가운데 9명은 75살이 넘어도 계속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호준 기자
“마을에서 어촌계 사업으로 해산물을 파는데 마을 규약 때문에 80살이 넘으면 못해. 우리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80살을 기준으로 정해버려 내 나이 또래 해녀들은 집에서 놀고 있어.”
22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만난 해녀 오아무개(83)씨는 여전히 일하고 싶어했다. 오씨는 “바다에 나가면 돈도 되고 건강에도 좋은데 일을 못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제주도에는 오씨처럼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해녀들이 많다. 제주도와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공동 조사해 이날 공개한 ‘2023년 제주 어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해녀의 88.1%가 ‘만 75세가 되어도 해녀 은퇴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다. 해녀 10명 중 9명 꼴로 75살이 넘어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하는 셈이다. 해녀들이 생각하는 적정 은퇴 나이에 대해선 52.4%가 만 80∼85살 미만이라고 응답했지만 만 75∼80살 미만이라는 응답은 26.5%에 머물렀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해녀 생활을 하고 싶은 이유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거나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86.4%에 이르렀다.
해녀 활동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바다 환경 변화로 인한 자원 고갈’(70.5%), ‘고령 등으로 인한 건강 및 체력 저하’(13.7%), ‘조업으로 인한 질병 증가’(6.0%) 등이 꼽혔다. 응답자 가운데 40년 이상 종사자가 76.5%에 이르렀다.
이들이 채취해 판매하는 해산물 가운데 가장 큰 어획 품종은 소라가 49.5%, 성게 42.8%, 우뭇가사리 6% 순이었다. 이들의 연평균 어업 총수입은 791만원이며, 평균 부채 5200만원 가운데 어업용 부채는 100만원 정도였다. 이번 조사는 해녀 57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해수면 어업을 직접 경영하는 어가 경영주 1천명(해녀 570명, 어선사용 어가 334명, 양식어업 어가 96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가구를 방문해 면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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