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 등이 제주4·3 75돌을 앞두고 4·3을 왜곡하는 펼침막을 곳곳에 내걸어 분노를 사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75돌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4·3을 왜곡하는 펼침막이 제주지역 곳곳에 걸려 유족과 시민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제주4·3유족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21일부터 제주대 입구 사거리와 제주시청 버스정류장, 제주시 오라2동 교차로 등 곳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펼침막을 내건 주체는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이다. 이들 정당이 내건 펼침막은 제주시와 서귀포 시내 일대에 모두 80장이다. 게시 기간은 이날부터 4·3 희생자 추념일 다음 날인 4일까지이다.
정당에서 내건 펼침막은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따라 허가, 신고, 금지, 제한 대상에서 제외돼 강제 철거도 어려워 유족들이 더 분노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과 관련 단체 등에는 이런 펼침막을 본 유족과 도민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제주를 찾은 태영호(국민의힘) 의원이 “제주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다”라며 ‘북한 지령설’을 언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정부가 2003년 확정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4·3의 정의를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4·3사건은 제주도의 특수한 여건과 (1947년) 3·1절 발포사건 이후 비롯된 경찰 및 서청과 제주도민의 갈등, 그로 인해 빚어진 긴장 상황을 남로당 제주도당이 5·10 단독선거 반대투쟁과 접목해 일으킨 사건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제주4·3유족회 등 4·3관련 단체들은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4·3 망언에 이어 일부 보수 정당까지 4·3을 헐뜯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설치해 충격을 주고 있다”며 “여야와 전 국민이 합의하고 동의한 4·3의 진실과 가치가 무참히 공격받는 만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4·3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4·3 왜곡으로 유족과 도민사회에 모욕을 줬다. 당장 현수막을 철거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창범 유족회장은 “때가 되면 나타나는 4·3 왜곡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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