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제주 4·3사건 75주년을 맞아 3월1일부터 4월16일까지 기획전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를 연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제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31일 참석차 제주를 방문해, 이날 오후 4·3유족회 등 제주도민 간담회 자리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국가권력이 양민을 무고하게 학살한 제주 4·3사건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첫번째 공식사과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구실을 하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은 제주 4·3사건 75주년과 노 대통령의 공식사과 20주년을 맞아 3월1일부터 4월16일까지 기획전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를 연다. ‘틀낭’은 산딸나무를 일컫는 제주방언으로 산딸나무의 하얀 꽃은 제주도민의 순수한 마음을, 빨간 열매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상징한다.
기획전에는 미군정청·미군사고문단·극동군사령부·연합군사령부 등이 생산한 제주 4·3사건 관련 문서,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과 주요 대통령 후보의 제주 4·3사건 관련 기록물,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다룬 예술작품 등이 전시된다. 4월1일 오후 2시엔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다. 이날 오후 3시30분엔 역사학자 주철희 박사가 ‘제주 4·3과 여순 10·19’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차성수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에서 ‘과거사 정리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가 올바른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화해와 통합을 향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무장봉기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초기엔 미군정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엔 이승만 정권이 군대를 동원해 무장대를 토벌했고, 이 과정에서 1954년 9월까지 7년여 동안 2만5천~3만명의 무고한 주민까지 희생됐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큰 사건으로 기록된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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