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희생된 1만4500여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진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 허호준 기자
지난해 개정된 제주4·3특별법에 따라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4·3 희생자의 재심 재판 과정에서 일부 희생자에 대해 추가 심리를 요청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검찰에 “4·3 희생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한다는 비판을 검찰이 뒤집어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는 12일 오전 4·3희생자 68명(군사재판 관련 67명·일반재판 관련 1명)이 제기한 특별재심 청구 심리를 진행했다. 특별재심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의 직권재심과는 별도로 제주지검이 맡고 있다.
4·3 재심 재판은 보통 서면으로 심리를 진행한 뒤 개시 여부가 결정되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희생자 결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심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67명 가운데 4명이 무장대 중심 역할을 했거나 그런 역할을 했을 의심이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2001년 헌법재판소가 “파괴사태 가담자나 남로당 간부, 무장봉기 주도자를 희생자 범주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결정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9월27일 4·3 당시 제주도 토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이들이 제기한 4·3 희생자 관련 헌법소원에서 “수괴급 공산 무장병력 지휘관 또는 중간 간부로서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자, 모험적 도발을 직·간접적으로 지도 또는 사주함으로써 제주4·3사건 발발의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기타 무장유격대와 협력해 진압 군·경 및 동인들의 가족, 제헌선거 관여자 등을 살해한 자, 경찰 등의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자와 같은 자들은 희생자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장 재판장은 이날 “(이들에 대해) 4·3특별법에 따른 재심 청구를 인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총리실 산하) 4·3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현재까지 제한된 자료지만 심사자료, 참고문헌 등으로 보면 헌법재판소 기준에 따라 이분들이 희생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추가 심리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고, 희생자 결정에 오류가 없다면 큰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 재판장은 “잘못하면 (검찰이) 사상검증 누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4·3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 국가기관이며, 행정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적법성을 갖고 있으니 따라야 한다. 또 무슨 심리가 필요하냐”고 되물었다. 장 재판장은 “검찰만 국가기관이 아니다. 4·3위원회도 국가기관이며,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 검찰이 사상검증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4·3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종민 위원을 직권 증인으로 채택해 오는 26일 특별재심 청구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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