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유족들이 제를 지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과 내란죄 등으로 수형생활을 하다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4-2부(재판장 장찬수)는 이날 1948~1949년 군법회의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4·3 희생자 20명 직권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희생자는 광주고검 산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지난달 10일 제주지법에 청구한 제3차 직권재심 대상자들이다. 변진환 합동수행단 검사는 4·3 당시 군법회의가 이뤄진 배경을 설명한 뒤 “무고한 희생자들의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고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김정은 변호사는 74년 전 피고인 20명의 상황을 언급하며 “농사를 짓던 19살 소년이 끌려갔고, 땔감을 하러 나오라는 말을 듣고 집을 나선 피해자는 70년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변론했다.
장찬수 재판장은 “공소사실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범죄의 증명이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무죄”라고 선고했다. 장 재판장은 “모든 이가 좋아하는 정방폭포에서 70여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소한 우리는 알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 등은 박수를 치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제주4·3유족회 등과 함께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은 수형인들 가운데 신원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미확인 수형인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피고인을 특정하기 위한 조사로, 4·3 당시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제적부 등을 대조해 동일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 관계자는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수형인 이름과 나이, 본적 등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상당수 있다. 이는 오기나 착각, 다른 이름 사용, 연좌제 회피를 위한 허위진술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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