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 안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지석.
제주지방법원에 ‘4·3 재심사건 전담재판부’가 신설된 뒤 첫 재판이 진행된다.
제주지방법원 형사 제4-1부(재판장 장찬수)는 4·3 당시 미군정 포고령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형 생활을 한 생존 희생자 고태명(90)씨 등 33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특별재심 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특별재심’ 조항이 포함된 이후 특별재심을 청구한 첫 사례다.
이들은 4·3 도화선으로 알려진 1947년 3·1사건과 1948년 4·3사건 진행과정에서 군·경에 체포돼 미군정 포고령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일반재판에 넘겨져 수형 생활을 하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심 개시 결정에 이르기까지 쟁점은 미군정이 선고한 판결을 대한민국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지와 청구권자를 조카까지 볼 수 있는지였다. 법원은 지난달 14일 “한국인 경찰과 검찰이 군정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된 한국인에 대해 전과기록을 수집하고, 1947년 4월14일 당시 남한을 관할하던 미군정청으로부터 3·1사건 관련 군정재판을 한국인 재판소로 이관하라는 명령이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사법심사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4·3특별법 개정 취지에 맞춰 정당한 청구 자격을 갖는 직계존비속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유족이 청구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4·3 희생자 조카의 청구 자격을 인정했다. 오는 22일 진행하는 공판에서는 재심 청구자들에 대한 심리와 함께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4·3특별법 제14조(특별재심)에는 “희생자로서 4·3사건으로 인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에 불구하고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제주지법은 직권재심 대상자가 3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지난달 21일 4·3사건 재심 재판을 전담할 전담재판부를 구성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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