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가 공법단체 전환 뒤 유권자 명부를 허위로 작성해 대의원 선거를 치렀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는 5·18부상자회 회원 ㄱ씨가 5·18부상자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의원 당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상자회는 정관에서 각 지회 등록회원의 8%를 대의원 수로 규정하고 지난해 10월 총회원수를 2175명으로 확정해 대의원 수 174명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았다. 7개 지부 중 경기도를 제외한 6개 지부에서 대의원 입후보자들은 무투표 당선됐다. 대의원은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지부장과 함께 중앙총회 구성원으로서 임원 선출과 해임, 정관변경, 예산승인 등에 대한 의결권이 있다.
ㄱ씨는 지난해 11월1일 부상자회가 누리집에 대의원 선출결과를 공고하자, 선거인 명부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기준 부상자회 등록회원은 711명이지만, 부상자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옛 사단법인 회원명부와 새로 가입한 회원명부를 짜깁기해 2175명으로 회원 수를 늘렸다는 것이다. ㄱ씨는 이 중 260명이 사망자라고 주장했다.
또 대의원 선출절차를 누리집에만 공고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60∼70대 유공자들은 입후보나 선거권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상자회쪽은 재판 과정에서 “대의원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각 회원의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해 예전 사단법인 명부를 활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국가보훈부 사실 조회, 국립5·18민주묘지 안장 사실 조회 등을 통해 부상자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충분히 사망자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사망자를 제외한 부상자회 회원 1915명의 대의원은 153명”이라며 “이를 적용하면 인천을 제외한 6개 지부에서 선거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회(24명) 투표로 당선된 현 임원진이 집행부에 우호적인 회원들을 대의원으로 내세워 단체를 계속 장악하려다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불공정한 선거와 총회에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는데 이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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