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유공자회 등 전국 13개 중앙보훈단체가 30일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에서 회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어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계획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계획을 두고 정부·여당과 광주시가 맞서는 가운데, 일부 5·18단체가 정부와 보수단체 편에 선 것을 두고 ‘관변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6·25참전유공자회 등 전국 13개 중앙보훈단체는 이날 낮 12시30분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 회원 12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 철회를 광주시에 요구했다. 이들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요구안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하겠다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집회에는 5·18공법단체 3곳 중 유족회를 제외한 부상자회·공로자회가 참석하기로 했으나, 부상자회 황일봉(66) 회장과 회원 30명 정도만 모습을 드러냈다.
광주 시민사회와 5·18단체 안팎에선 황 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황 회장은 2002∼2010년 광주 남구청장에 재직할 당시 관할인 양림동에 정율성 거리를 지정하는 등 기념사업을 추진한 당사자다. 이런 그가 공원 조성과 관련해 정부·보수단체와 한목소리를 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18부상자회 회원들은 황 회장이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데는 정부 지원을 끌어내 단체 수익을 늘림으로써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상자회 회원 이충영씨는 “황 회장은 내년 3월 대의원 투표를 통해 회장직을 연임하려 하는데 대의원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사망자도 선거인 명부에 포함되는 등 문제점이 발견돼 ‘대의원 선출 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황 회장은 단체 내 부족한 정당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보훈부에 5·18회관, 5·18요양센터 등을 요구하려고 정부 편에 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5·18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은 “부상자회가 도맡아 위탁 운영했던 5·18교육관을 광주시가 직영하겠다고 나서면서 황 회장과 광주시가 갈등을 빚은 것도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5·18단체들의 법적 지위가 ‘공법단체’로 변화하고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보훈부로부터 보조받으면서 중앙정부 입김에 취약해졌다는 진단도 있다. 사단법인이었던 5·18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는 2021년 1월 ‘5·18유공자 예우법’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로 개정된 뒤 지난해 3∼5월 공법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로 전환했다. 회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족회 975명, 부상자회 2166명, 공로자회 1343명으로 추정된다.
공법단체가 되면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고, 공익 목적의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올해 책정된 국고보조금은 유족회 5억2900만원, 부상자회 8억4700만원, 공로자회 6억8200만원이다. 이 밖에 국립5·18민주묘지 매점 운영(유족회), 군납용 피복 생산(부상자회) 등 수익사업도 하고 있다.
한겨레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황 회장에게 최근 행보와 이번 집회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