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미 전북도의원이 지난 21일부터 전북도청 1층 로비에서 농민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 의원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진보당 소속 오은미(57) 전북도의회 의원이 지난 21일부터 전북도청 1층 로비에서 농민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29일로 9일째를 맞았다. 텐트에서 잠을 자고 주말에도 이곳을 지킨다. 도청 건물 밖에서는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이대종 의장 등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 의원은 전북도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12월1일부터는 도의회로 장소를 옮겨 단식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전북 순창군 구림면 화암마을에서 배추·무농사와 논농사를 짓는 그는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했는데, 비료값·인건비는 2~3배 올라서 농민들은 지금 파산할 처지다.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틀에 박힌 ‘예산 부족과 형평성’ 문제를 내세울 때면, ‘기타 국민’과 ‘등외 국민’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분노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농민에게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도는 “올해 수확기(10~12월) 쌀값 발표 이후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12월까지 안 가도 평균가격이 이미 형성돼 있다. 예산 부족은 핑계에 불과하다. 농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을 뿐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자신들의 부서 관련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타내려고 의회에 와서 노력하는 것처럼 역지사지로 농민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당 소속 오은미 전북도의회 의원이 지난 21일부터 전북도청 1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3선인 오 의원은 지난 2009년에도 이 자리에서 밭농업직불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21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정치에 입문한 이유도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대변해 주는 의원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2006년(비례대표) 초선이 됐고, 2010년 지역구에서 재선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뒤에 치른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낙마한 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55.92%를 얻어 민주당 후보를 11.85%포인트 격차로 이겼다. 36명 지역구 전북도의원 가운데, 유일한 진보당 의원이다. 그는 “식량주권 실현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농업개혁이 필요하다. 국민 5만명이 동의해 국회에 청원된 ‘농업·농촌·농민기본법’을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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