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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뒤 운동권 학생 1152명 군에 격리…아직도 강박증 고통”

등록 2021-11-25 04:59수정 2021-11-25 10:03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 조종주씨
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
조종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

“군대에서 늘 감시받고 있다고 느꼈지요. 눈치를 봐야 해서 강박증도 생겼고요.”

조종주(58·사진)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24일 “전두환 정권은 5·18 학살에 거세게 저항했던 학생운동 관련자들을 격리해 좌절하게 하기 위해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공작을 했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은 5·18항쟁 이후인 1980년 9월부터 학생운동 관련 대학생들을 강제로 군대로 보내는 ‘강제징집’을 시작했다. 신체검사 등 절차가 생략되기도 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1982년 9월부터 강제징집자들을 대상으로 ‘녹화사업’ 공작을 했다. 녹화사업은 사람의 정신을 붉은 것에서 푸른 것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안사는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와 선배, 동지들의 동향과 조직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프락치공작도 했다. 녹화사업은 1984년 11월 중단됐지만, 보안사는 ‘선도한다’는 의미의 선도공작을 지속했다.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2019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에서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의 책임자인 전씨의 처벌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제공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2019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에서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의 책임자인 전씨의 처벌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제공

조씨도 경북대 수의학과 2학년이던 1983년 8월에 군대에 강제징집됐다. 조씨는 “2학기 개학하는 날 등교하다가 정문 앞에서 붙잡혀 대구북부경찰서에서 하루 자고 바로 군대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첫 휴가를 나와 탈영했던 조씨는 군 영창에 15일 동안 입감되기도 했다. 이어 군에서 제대한 뒤에는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경남 거창과 경북지역에서 1998년 무렵까지 농민운동을 했다.

고려대생 고 김두황씨.
고려대생 고 김두황씨.

한양대 고 한영현씨.
한양대 고 한영현씨.

조씨는 피해자 300여명이 참여해 꾸린 진실규명추진위 사무처장을 맡아 피해자 구술조사를 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강제징집 피해자는 1152명이었다. 녹화사업 피해자는 강제징집자 921명 등 모두 1192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진래(서울대)·정성희(연세대)·이윤성(성균관대)·김두황(고려대)·한영현(한양대)·최온순(동국대)·한희철(서울대)·김용권(서울대)·최우혁(서울대)씨 등 대학생 9명은 군에서 의문사한다.

조씨는 “나는 녹화활동엔 동원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고 주변 누군가를 (학생운동 관련자로) 써내야 했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지금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산다”며 “수치심 때문에 학생운동을 못 하게 하려던 것이다. 고 김두황씨와 함께 징집됐던 ㅇ씨 등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규명추진위는 지난해 말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조사 연한은 4년이다. 보안사에서 제출한 관련 자료만도 11만쪽에 이른다. 조씨는 “전두환이 죽었다고 국가폭력의 죄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두환과 그 하수인들의 과오와 역사적·도의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녹화사업 등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폭력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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