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15일 본회의를 열어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 시민·인권·교육단체 등이 도의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15일 충남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서울 등 전국 7개 시·도 중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건 처음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폐지안 통과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충남도교육청은 도의회에 재의 요구 의사를 밝혔다.
충남도의회는 이날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아산3) 등 25명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44명 가운데 찬성 31표, 반대 13표로 가결했다. 도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국민의힘 34명,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1명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폐지 반대’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2020년 6월 제정된 충남학생인권조례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로,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 등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이를 위해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심의기구로 충남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앞서 지역의 보수 성향의 종교단체 등이 주민 청구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이 내년 1월18일까지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의원 발의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나선 것이다.
충남지역 시민·인권·교육단체 등이 15일 충남도의회 앞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충남지역 시민·인권·교육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멀쩡한 조례를 비상식적인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학생 인권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대전 지역 60여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도 성명서를 내어 “충남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기본권 수혜 사각지대인 학교 공간을 인권 친화적이고 민주주의가 살아 기능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막가파식으로 폐지를 추진한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한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 요구 의사를 밝혔다. 또한 도의회가 폐지 조례안을 다시 의결할 경우 대법원에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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