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6.1지방선거 충북지사 선거전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영민(65)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단기필마로 나섰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쪽에선 후보가 줄을 잇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을 맡은 김영환(67) 전 의원이 31일 충북지사 출마 뜻을 밝혔다. 김 고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북지사에 도전한다.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했으나 당과 충북지역 국회의원, 당원 동지께서 충북지사 선거에 나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당선인 특별고문으로서 제 모든 역량을 충북의 미래를 위해 바치겠다. 반드시 승리해 고향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 저의 정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 김영환 페이스북 내려받음
김 고문은 지난 22일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난 29일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이종배(충주)·엄태영(제천·단양) 등 국민의힘 충북지역구 국회의원 등의 권유를 받고 10일 만에 충북으로 ‘유턴’했다. 이들 의원은 “김 고문에게 지역을 위해 봉사해 줄 것을 권유하는 차원에서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충북 괴산 출신이지만 경기 안산에서 15, 16, 18, 19대 등 국회의원을 4선 했고, 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지냈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등 세 당의 최고위원을 거쳐 윤 당선자 특별고문을 맡았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8일 충북도청에서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오윤주 기자
김 고문은 노영민 민주당 후보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노영민 표적 출마’란 분석도 나온다. 김 고문이 청주고·연세대 3년 선배이며, 둘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둘 다 학생 운동을 했으며, 김 고문은 전기기능기사 1급 자격을 지닌 노동자였고, 노 전 실장은 전기 회사를 운영하는 등 전기 관련 전력도 비슷하다. 둘 다 시집을 낸 것도 공교롭다.
서울 서초갑의 3선(17, 18, 20대) 의원 출신이지만, 제천 출신 아버지를 들어 ‘충북의 딸’을 자처하며 지난 30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혜훈(58) 전 의원 ‘유탄’에 이은, 김 전 의원 ‘유턴’ 출마가 국민의힘 충북 토박이 후보와 유권자 등은 마뜩잖다.
지난 10일 가장 먼저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경국(64) 전 안전행정부 차관은 31일 김 고문의 충북지사 출마를 두고 “4선 중진의원으로 충북에 쌀 한톨 보탠 적 없는 인사가 경선을 코앞에 두고 분란을 일으킨 것은 충북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북을 정치적 식민지로 전락시키며 점령군 총독 처럼 행세하는 행태는 도민과 당원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충북지사 예비후보 오제세(73) 전 의원도 “김영환, 이혜훈 후보 출마는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며, 충북은 오갈 데 없는 정치인이 거쳐 가는 뜨내기 집합소가 아니다. 두 후보는 충북도민에게 사과하고 본래 정치 무대로 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청년 유권자 모임인 ‘생애 첫 유권자 충북모임’이 30일 충북도청 앞에서 김영환 고문의 충북지사 출마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생애 첫 유권자 충북모임’
청년 유권자 모임인 ‘생애 첫 유권자 충북모임’도 지난 30일 성명을 내어 “지난 대선 때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에게 경선 참여를 요청한 것은 정의롭지 못한 꼼수를 동원한 밀실야합, 노골적 경선 개입으로 구태 정치의 전형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는 공정 경쟁을 흐린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을 징계하고, 세 의원은 정계 은퇴하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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