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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시공사 대표, 1분 사죄 회견 뒤 구급차 타고 줄행랑

등록 2020-04-30 15:06수정 2020-04-30 17:16

1분 만에 자리 뜨자 유가족들 “생사람이 죽었어. 뭐라도 말을 해야지…”
이천시 부시장 “우리도 예상 못해”…시공사 관계자가 유가족들에 해명중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 대표가 30일 오후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 대표가 30일 오후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38명 사망자를 낸 이천 물류센터 시공사 대표 이아무개씨가 30일 오후 2시 물류창고 건너편에 있는 이천시 모가체육관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공사 대표가 나서 사고 경위와 대책을 설명할 것이라는 예고에, 점심도 거른 채 기다렸던 유가족 수십여명은 차분한 모습으로 이 대표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화재 발생 하루 만에 모습을 드러낸 시공사 대표 이씨는 1분여를 단상에 엎드린 채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하다 회사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곧바로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황당한 표정의 유가족들은 이씨를 쫓아가며 울부짖었다. “유가족이 밥도 못 먹고 3시간을 기다렸는데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하고 가야지…”, “도망갈 생각 말고 말을 하고 가야지…”, “우리 아들이 왜 죽었는지 말이라도 하고 가…”

체육관을 나선 이 대표는 멀리 가지 못한 채 체육관 바로 옆 잔디밭에 쓰러졌다. 회사 직원들이 나서서 경찰에게 “경찰 뭐해요? 도와줘요”라고 소리쳤다.

유가족들이 이 대표와 직원들을 에워싼 채 “가족들 심정이 어떤지 생각해봤어요”, “생사람들이 죽었어요. 그러면 뭐라도 이야기를 해주어야지”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화가 난 유가족들이 권금섭 이천시 부시장에게 항의했다. 사고 수습을 맡은 이천시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체육관에서 장내 마이크를 통해 “시공사 대표가 직접 와서 여러분께 사고 경위와 대책을 설명할 것이다”고 안내를 한 바 있다. 권 부시장은 “우리도 예상을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유가족들과 대화를 하도록 하겠다”며 유족들을 달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어제부터 이천시의 기다려라, 기다리라고 하는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왜 자꾸 회사만 편드냐”고 항의했다.

시공사 이 대표는 18분여 만에 119구급차에 실려 현장을 빠져나갔다. 시공사 쪽은 이날 이천시의 요청으로 이 대표가 아닌 다른 관계자가 언론사 기자들을 체육관에서 내보내고 유가족들만 불러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 유가족은 “내 자식이 어찌 죽었는지라도 알고 싶어”라며 힘없이 체육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천/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 대표가 30일 오후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현장을 빠져 나가다 유가족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서 쓰러졌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 대표가 30일 오후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현장을 빠져 나가다 유가족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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