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아무개(22)씨를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은 4일 “최씨가 고교를 자퇴한 뒤 정신의학과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사건 전날에도 흉기를 들고 서현역을 찾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확인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최씨는 2015~2020년 병원 2곳에서 지속적으로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최근 3년 동안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와 가족들 진술에 따르면 최씨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1년도 다니지 못한 채 자퇴했다.

최씨가 범행 하루 전인 지난 2일 대형 마트에서 흉기 2점을 구입해 범행을 준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횡설수설하는 말이 많아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피해망상 등 정신 질환을 앓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전했다. 최씨는 전날 1차 조사에서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사생활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범행 장소 선정과 관련해 “서현역에 나를 스토킹하는 구성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최씨가 지난 2일 서현역 및 역사와 연결된 백화점을 찾았던 사실도 확인했다. 사건 전날 결심하고선 대형 마트에서 흉기 2점을 구매한 뒤 서현역에 갔지만 범행을 벌이지는 않았다. 최씨는 경찰에서 “무서운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최씨가 현장답사 등 사전 준비를 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파악했으나, 최씨 진술과 사건 전후 상황 등에 미뤄볼 때 이를 범행 준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3일 오후 5시59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에이케이(AK)플라자 백화점에 들어가 1~2층을 오르내리며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의 흉기 난동으로 시민 9명이 다쳤다. 이 중 8명은 중상이다. 흉기 범행에 앞서 최씨는 승용차를 몰고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들이받았다. 승용차는 최씨 어머니가 모는 모닝 승용차였다. 차량 돌진으로 4명이 크게 다쳤고, 1명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차에 치인 부상자 5명 중 60대와 20대 여성 2명은 중태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