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모습. 서울백병원 제공
폐원 갈림길에 선 서울백병원에 대해 서울시가 운영을 중단할 수 없게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백병원이 폐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명동 번화가에 위치한 병원 부지의 상업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종합병원 용지는 임의로 용도를 바꿀 수 없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20일 서울백병원이 의료기관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이 중구에 있는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만큼, 의료 위기가 발생할 때 신속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가 도시계획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울백병원과 서울시, 중구청의 유기적 협력구조도 구축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1941년 서울 중구 명동에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2004년부터 20년간 쌓인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해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도심 내 의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심 종합병원의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방침도 동시에 검토한다.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용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 종합병원으로는 서울백병원 외에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이 있다.
서울시는 이번 서울백병원 사태가 최근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교육부의 규제 완화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종합병원 용지는 다른 유휴재산처럼 임의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전환할 수 없게 교육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사립대 법인이 보유한 토지나 건물 등의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꿀 때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지침 개정으로 병원 용지를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서울백병원의 부지 가치는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백병원의 폐원 의결을 앞두고 병원 구성원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 표명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전날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없는 폐원은 졸속”이라고 꼬집었다. 중구는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진료 기능 유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서울백병원에 보내 보내 의료기관으로 계속 남아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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