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모습. 사진 서울백병원 제공
서울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경영난으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인 가운데, 관할인 중구보건소가 도심 응급의료 공백을 우려하며 진료 기능 유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윤영덕 서울시 중구보건소장은 19일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상주인구가 적은) 중구에선 야간·휴일에 진료받을 수 있는 동네의원도 거의 없다”며 “의원에서 보긴 어렵지만 아주 큰 병원 응급실로 이송될 정도가 아닌, 다쳐서 부러지거나 찢어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울백병원이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인 서울백병원 응급실 하루 환자는 30∼40명으로 주변 인쇄소·철공소 등에서 손가락을 다친 노동자나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많다. 중구의 인구(2021년 13만1787명) 대비 응급환자 발생률은 10.5%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도봉구(11.3%) 다음으로 높다.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이 병원으로 이송되던 응급환자는 다른 응급의료기관을 가야 한다. 인근 종로구엔 서울대병원 응급실이 있는데 이곳은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를 위한 권역응급의료센터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넘어가면, 정작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윤 소장은 중구에서 종합병원은 서울백병원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있긴 하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중앙병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기간 재택치료가 필요한 중구 확진자 70∼80%를 서울백병원이 관리했다. 이러한 까닭에 중구보건소는 지난 13일 서울백병원에 공문을 보내 “지역응급의료기관 및 감염병관리기관으로 남아 구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이 민간 의료기관인 까닭에 폐원 논의 과정에 개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서울백병원이 없어지면 취약계층 의료접근성이나 응급·소아 진료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민간병원이기 때문에 (폐원 여부에 대해)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 1941년 문을 연 서울백병원의 폐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폐원 안건이 의결되면 서울백병원은 문을 닫는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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