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7000억원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ㄱ(38)씨를 기억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한쪽에는 ㄱ씨를 명복을 기원하고, 전세 사기 가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이승욱기자
“작은 손이라도 모여 큰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 아닐까요”
보증금 7000만원 규모의 피해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세 사기 피해자 ㄱ(38)씨가 생전에 했던 말이다. ㄱ씨는 지난달 28일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 집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유서가 발견됐다.
ㄱ씨를 추모하기 위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 등 100여명이 모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미추홀구깡통전세피해시민대책위원회는 6일 저녁 7시 인천 미추홀구 경인국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ㄱ씨를 기억하는 추모제를 열었다.
대책위는 전세 사기 가해자에 대한 엄벌 촉구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은 “저희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문제를 개인 사이 채무 문제로 보고, 전세 사기를 당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세 사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세입자가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없고, 집주인은 시세를 부풀릴 수 있는 현재 상황 때문이다. 개인 채무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책위원장은 “지금도 전세 사기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앞으로 이런 전세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대표는 “고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책위에 참가해 다른 피해자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정부 토론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며 “고인의 주장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길은 멀기만 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늘 앞장섰던 고인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그 모습을 가슴 속 깊이 기억하겠다”고 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제에 참석한 박찬서(21)씨는 “전세 사기 피해를 본 대부분의 사람은 20∼30대다. 자취하는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다”며 “관련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세 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에는 유사한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미추홀구에 사는 정덕순(52)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제가 사는 집도 전체 아파트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생겨서 추모제에 나오게 됐다”며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없고 그게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8일 저녁 6시30분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추모 행진을 할 계획이다.
한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6일 ㄱ씨가 살고 있던 집의 실제 주인인 건축업자 ㄴ(62)씨 등 10명에 대해 사기, 부동산 실권리자명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49명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63채를 전세 계약하고 전세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6일 저녁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7000억원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ㄱ(38)씨를 기억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이승욱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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