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후 무책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적을 보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 사퇴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용산구의회 야당 의원들도 애도 기간이 끝나면 특위 구성과 함께 거취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출직 단체장인 박 구청장의 경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 한 사퇴를 관철할 방법이 없다.
4일 용산구 누리집 ‘나도 한마디’ 코너에는 박 구청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주민 글 100여개가 올라와 있다. 이아무개씨는 ‘용산구에 10년 넘게 살았던 사람으로 정말 처참하다’는 글에서 “(단체)장이라는 사람이 보이는 행태가 자리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은 없고, 본인의 안위만 살피는 모습이니,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아직도 사퇴 안 하고 버티고 있다니 참 대단합니다’란 글을 올린 김아무개씨는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사죄하고 당장 내려와야 한다”고 썼다. 이태원동에 사는 30대 회사원 김효림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용산구 주민으로 슬프고 참담하다. 주민들에게 아픔과 부끄러움을 안긴 박 구청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 주변에 같은 생각을 가진 지인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임기가 있는 선출직 공무원인 박 구청장은 거취를 결정할 인사권자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을 박탈할 유일한 방법은 주민소환투표다. 문제는 주민소환법이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개시일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 구청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용산구의원 6명은 '이태원 참사 조사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서명해 구의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들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용산구의 한 구의원(민주당)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보니 주민소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적으로 어렵다면, 애도 기간이 끝난 뒤 구의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