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태원 참사 신고가 119에 접수된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 이후 30여분이 지나서야 재난 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참사 내용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참사 다음날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모이지 않았다” 등 논란의 이상민 행안 장관 발언 배경에 대해선 함구했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소방에 최초 신고된 시간은 (29일) 오후 10시15분, 행안부 상황실로 접수된 시간은 오후 10시 48분”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6시34분부터 참사 직전까지 계속된, 사고 징후를 알리는 11건의 경찰(112) 신고는 행안부 상황실로 바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정책관은 ‘사실상 행안부에는 이미 (참사가) 다 벌어지고 난 뒤 보고 수준으로 접수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최초로 경찰이 이태원에 있던 시민의 전화를 받은 신고는 행안부로 바로 상황접수가 안 됐을 수 있다”고 답했다.

소방에 최초 신고가 들어온 후 행안부 상황실에 접수되기까지 30분 간의 보고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 정책관은 ‘상황실로 보고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혹은 30분 사이에 어떤 현장의 판단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논란을 빚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게 된 판단의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 정책관 “장관께서 유감 표명과 사과 표명을 하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갈음해달라”라고만 반복해서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참사 다음날인 30일 중대본 회의 뒤 연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까지 ‘파면’ 요구가 나올 정도로 논란을 빚은 이 발언은 지난 1일 112신고 녹취가 공개된 이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112 신고 내용을 알면서도 해당 발언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행안부는 곧 이 장관과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의 참사 당일 상세한 행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 정책관은 첫 보고 시간 등 사건 발생부터 마지막 환자가 이송된 시각까지 이 장관과 김 본부장의 행적을 시간별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정확하게 분 단위로 말씀드려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