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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만 받으면 당선이지’…20년 넘게 보수당만 뽑은 부촌

등록 2022-03-04 04:59수정 2022-03-04 17:56

3·9 재보선 현장을 가다ㅣ⑤ 서울 서초갑
윤희숙 부친 부동산 문제 보선
종부세 해결·재건축 완화 약속
민주당 이정근 “3전4기…일할 사람을”
국민의 힘 조은희 “윤석열과 정권교체”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내방역 7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정근TV’ 갈무리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내방역 7번 출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정근TV’ 갈무리

“여러분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구청장과 국회의원이 헌신짝처럼 서초구를 버리고 사퇴했습니다! 이제 서초구 자존심을 지켜주십시오!”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방역 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근(59·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 후보가 오가는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윤희숙(52) 전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사퇴해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인데,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조은희(60) 전 서초구청장이 지난해 11월 구청장을 사퇴하고 출마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 유세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많진 않았다. 유세차 옆을 지나던 김아무개(59·회사원·방배동)씨는 “이번 보궐선거는 사실상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가는 것 아니겠냐”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반성하는 자세를 기대했는데, 그런 모습이 없는 걸 보고 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갑 지역은 반포·잠원·방배동 고급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 지역으로 1996년부터 보수정당 소속 국회의원만 배출해왔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선 윤희숙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62.6%)가 이정근 후보(36.9%)를 꺾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조은희 후보(52.4%)가 11.3%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따돌렸다. 조 후보는 당시 서울시내 구청장 25명 가운데 유일하게 보수정당 후보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구 가운데 유일하게 여야 거대양당이 맞붙는 곳이지만, 사실상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조 후보는 구청장 시절 성과 등을 내세우는 대신 ‘윤석열과 함께하는 정권교체’를 내거는 선거운동 전략을 택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세에서 조 후보는 ‘정권교체론’을 강조하며 “서초구민 여러분, 윤석열 후보가 서초구민인 거 아십니까? 윤석열이 여러분께 보장합니다. 세금 걱정 없는 나라, 부동산 걱정 없는 나라, 자영업자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라고 외쳤다. 방배4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미라(56·주부·방배동)씨는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이 너무 별로 아니었나. 우리 부부도, 테니스 동호회 친구들도 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조 전 구청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의원 후보로 두번, 서초구청장 후보로 한번 출마해 모두 고배를 마신 이 후보는 대선과 거리를 두며, 서초구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미선 방배카페골목 상가번영회 회장은 “이 후보가 서초갑, 서초구청장까지 네번째 도전이라 이 동네 구석구석에 대해 잘 안다”며 “우리 카페골목은 상권이 많이 죽어 있기 때문에 발전이 필요한데, 이 후보는 상인들의 말에 귀 기울여준다. 만났을 땐 ‘알겠다’ 해놓고 당선되면 잊어버리는 정치인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조은희 후보 캠프 제공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조은희 후보 캠프 제공

대선 분위기에 묻혀 후보가 누군지 관심이 없다는 시민도 있었다. 내방역 앞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구청장이든 국회의원이든 관심 없다”고 말했고, 많은 주민들이 “(후보에 대해) 잘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다. 방배4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정아무개(83)씨는 “수준 이하의 후보들이 나온 대선에 환멸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마찬가지다. 대선도, 국회의원 선거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탓에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두 사람 공약은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달 24일 서초구 에이치씨엔(HCN) 스튜디오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서초구 발전을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해결하고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특히 “서초구에서 종부세를 해결하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우리는 172명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종부세를 관철할 자신이 있다. 국민의힘 의석수로는 못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도 “세금폭탄 뇌관을 제거하겠다.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을 완화하겠다.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공통 공약이다.

이번 서초갑 보궐선거에는 두 후보 외에 국민혁명당 구주와(42·변호사) 후보, 무소속 김소연(40·변호사) 후보와 송자호(21·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이사)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힘 조은희 후보, 국민혁명당 구주와 후보, 무소속 김소연 후보, 무소속 송자호 후보 벽보가 2일 서울 서초구 방배4동 주민센터 인근에 설치돼 있다. 손고운 기자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힘 조은희 후보, 국민혁명당 구주와 후보, 무소속 김소연 후보, 무소속 송자호 후보 벽보가 2일 서울 서초구 방배4동 주민센터 인근에 설치돼 있다. 손고운 기자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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