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노무현 전 대통령 29번 참석한 균형위 회의, 문 대통령 1번 참석

등록 2019-05-06 04:59수정 2019-05-06 09:13

다시 균형발전이다
1부 균형발전을 평가하다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 후속 정책 없어
이해찬 대표도 `122개 공공기관 이전”
이민원 전 위원장 “이전 대상 500개 이상”
그러나 관련 부처 움직임 전혀 없어
정부 고위 관계자 “대통령이 나서야”

균형발전 최고 기구인 균형위 회의
문재인 대통령 14회 중 1회 참석
노무현 전 대통령은 72회 중 29회
이명박 전 대통령은 49회 중 8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7회 중 2회

균형발전 역행 정책은 줄줄이
수도권 3기 신도시·지티엑스 건설
되레 수도권으로 집중 강화 정책
에스케이반도체 공장도 용인으로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균형발전의 터를 닦고 기둥을 세웠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말하기엔 까마득히 멀다.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균형발전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려야 한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기획전시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이하 균형발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역 주도 자립형 성장기반 마련을 목표로 ‘일자리가 생겨나는 지역혁신’ 등 3대 전략과 ‘혁신도시 시즌2’ 등 9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또 이날 발표에선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지방) 광역권 발전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주제 발표 등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수도권-지방 간 균형발전 정책에 목말라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새로 나올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그 발언뿐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발언 이후 현재까지 15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월 균형발전 선포식에 이어 같은해 10월 발표된 혁신도시 시즌2는 혁신도시별 특화 발전 지원, 정주 여건 개선, 주변 지역과의 상생 발전 등을 담았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노무현 정부 이후 계속돼온 사업인데다 전체 사업 규모도 4조3천억원 수준으로 별 내용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혁신도시들에서 계속 요구해온 2차 공공기관 이전이나 대학·연구소 이전, 기업 이전 등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선 혁신도시 시즌2 발표 직전인 지난해 9월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관련 법률상 이전해야 하는 수도권 122개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과 대기업 1000개 중 75%가 몰려 있다. 지방은 소멸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뒤 각 지방정부는 2차 이전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2018년 2월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공
또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은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린 ‘균형발전 심포지엄’에서 “현재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수도권 공공기관은 모두 500곳이 넘는다”고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에 따르면, 이전 대상 가운데 이미 이전한 중앙부처 산하 기관은 210곳, 정부투자·출자회사는 279곳, 세종시로 추가 이전한 중앙부처들의 산하 기관은 40~50곳에 이른다.

그러나 이 대표와 이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에도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결정이 되면 우리는 그에 맞춰 준비할 뿐”이라고 말했다. 균형위와 국토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청와대에서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지만, 현재까지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을 보여 균형발전론자들과 지방정부에 실망을 안겼다. 대통령이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이 대표적이다. 균형위가 인터넷 누리집에 공개한 위원회 `추진 실적’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균형위 본회의가 모두 13번 열렸으나, 이제껏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1일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 한번 참석한 일이 전부였다.

반면,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엔 국정과제 회의와 균형발전 정책 선포식, 보고회, 계획 발표 등 균형위 회의가 모두 72회 열렸는데, 노 전 대통령은 29회나 직접 참석했다. 당시 균형위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정책 외에도 마을 만들기나 농어촌 신활력 사업과 같은 재생 사업, 누리사업과 같은 교육 사업까지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을 이끌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균형위 회의에 40%나 직접 참석함으로써 균형위에 힘을 싣고 자문위원회인 균형위를 사실상의 집행위원회로 운영했다.

2004년 6월 국정과제 회의에서 성경륭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보고를 듣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재단 노무현사료관 제공
2004년 6월 국정과제 회의에서 성경륭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보고를 듣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재단 노무현사료관 제공
심지어 균형발전위원회를 `지역발전위원회’로 변경·격하시킨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균형위의 회의 49회 가운데 8회나 참석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27회 가운데 2회를 참석했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균형위 회의에 가장 적게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부산, 2018년 대전에서 열린 ‘균형발전 박람회’에도 모두 불참했다.

문 대통령의 균형발전에 대한 무관심은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애초 문재인 청와대는 지방과 관련해 균형발전비서관, 자치분권비서관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청와대는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자치발전비서관’으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균형발전비서관이 7개월이나 공석인 상황이었다. 특히 비서관 자리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균형’이란 상징적 표현도 직함에서 사라졌다. 이 일은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서 가늠자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통합으로) 전체 행정관 수나 조직 규모가 줄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 쇠퇴가 심각하고 일부 지방은 소멸을 우려하는데, 아직까지도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균형발전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어서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 정부의 주요 회의에서도 대통령이 참석하면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지만, 대통령이 불참하면 각 부처 차관이나 실국장급이 나온다. 대통령이 관심이 없는데 누가 나서서 어려운 일을 하겠나. 이제라도 대통령이 균형위나 자치분권위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광역·기초 지방정부의 장들이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광역·기초 지방정부의 장들이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오히려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까지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남양주, 하남, 인천, 과천 등에 건설 예정인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9월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 대책의 하나로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또 3기 신도시와 기존 2기 신도시의 교통 대책으로 수도권급행철도(GTX) 3개 노선을 단계적으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정책은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조진상 동신대 교수(도시계획학과)는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에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어 지방 소멸을 가속한다. 이대로 가면 2040년께 호남과 영남 등 남부권은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절망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모두 120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라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복합단지) 입지도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됐다. 당시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지방 주요 도시들이 지역 경제를 살릴 기회라며 유치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헛물을 켜고 말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위원장 이낙연 국무총리)에 산업단지 터의 추가 공급을 요청했고 수도권 정비위는 3월 이를 받아들였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경기도의 공장 건축 허용 총량이 포화 상태였지만, 정부는 허용 총량을 넘는 터를 특별히 에스케이하이닉스에 제공해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했다.

정부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새 복합단지를 경기도 용인시에 짓도록 허용한 일은 하이닉스 유치에 나섰던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2018년 12월 에스케이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새 반도체 생산라인 기공식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새 복합단지를 경기도 용인시에 짓도록 허용한 일은 하이닉스 유치에 나섰던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2018년 12월 에스케이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새 반도체 생산라인 기공식의 모습. 연합뉴스
이 결정도 지방정부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용인으로 결정된 뒤 “문재인 정부가 과연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선 공약에 따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해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수도권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균형발전에 부합하도록 마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수도권-지방 사이에서 정부가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 수도권 집중과 독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민원 전 균형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강력한 균형발전 엔진인 세종시, 혁신도시 등도 이대로 두면 지방 신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서둘러야 하고, 기업이나 대학 등 이전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혁신도시들을 지방정부에 맡겨놓으면 결국 지방은 무너지고 만다”고 말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실종된 균형발전 의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수도권 3기 신도시나 용인 에스케이하이닉스 같은 수도권 집중 정책이 나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지방 균형발전 정책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계속 추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균형위원을 지낸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에 견주면 문재인 정부에선 균형발전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빈곤하고 정책은 빈약하다”고 평가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일우 최예린 김규원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명태균 모교 창원대 “선배님은 수치입니다”…윤 퇴진 대자보 1.

명태균 모교 창원대 “선배님은 수치입니다”…윤 퇴진 대자보

‘한국의 코스타 델 솔’ 꿈꾸던 시흥 거북섬…“유령섬이나 다름없죠” 2.

‘한국의 코스타 델 솔’ 꿈꾸던 시흥 거북섬…“유령섬이나 다름없죠”

명태균 변호인 “명씨 억울한 부분 있어 무료변론” 3.

명태균 변호인 “명씨 억울한 부분 있어 무료변론”

음주 뺑소니 대학생에 ‘출근길 참변’…사망사고 낸 뒤 “집에서 마셔” 4.

음주 뺑소니 대학생에 ‘출근길 참변’…사망사고 낸 뒤 “집에서 마셔”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5.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