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 이은덕 사진작가 제공
“시민께 감사합니다. 시민주권도시 대전을 건설하겠습니다.”
허태정(52) 대전시장 당선자를 25일 오후 대전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에 있는 당선자 사무실에서 만났다. 허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시민’과 ‘경제’를 민선 7기 대전시정의 열쇳말로 꼽았다.
그는 “촛불 혁명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시민주권 의식이 크게 성장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함께 새로운 대전시정을 내건 제가 대전시장에 당선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며 “이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주권시대에 부응해야 올바른 지방정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시민 사상은 이른바 ‘386’으로 불린 민주화운동 세대로서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는 1985년 충남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군사독재에 저항해 학생운동 대열에 나섰으며, 1988년 전두환·노태우 구속을 촉구하며 검찰청 점거 농성을 하다 검거되기도 했다. 그는 대전 대화동 공단의 한 업체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다 1990년대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간사로 시민사회운동을 했다.
그는 시민과 함께 새로운 대전을 일궈나갈 참이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한 것은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와 민주당 역시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언제든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시민주권 시대는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 이은덕 사진작가 제공
그는 시민제안을 상설화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대전위원회’(가칭)가 필요한 이유다. 시민제안은 시민이 선택한 지방정부에 의견을 내는 것부터 시정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는 “시민제안을 공약이행, 지역 중장기 발전, 시정 혁신을 이루는 동력으로 삼겠다. 협치와 거버넌스를 강화하면 법과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중심인 시정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로 화제가 바뀌자 눈에서 빛이 났다. 그는 “경제는 일자리 창출, 대전 동서격차 해소와 맞물려 있다. 경제 정책의 핵심은 대전을 4차산업 혁명 특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차산업 혁명 대전특별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집적단지인 대덕특구가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므로 이를 산업화하는 소프트웨어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시장을 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4차산업 혁명의 주역이 될 스타트업 단지를 원도심에 조성해 지원하면 일자리, 원도심과 신도심간의 동서격차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역도시는 땅값이 비싸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4차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산업이므로 면적대비 효율성이 높아 광역도시에 산단을 꾸리기 적합하다. 대전은 안산산단터, 둔곡·신동지구, 대덕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있다”며 자신의 4차산업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청년 경제 정책의 하나인 ‘실패 박물관’이 눈에 띈다. “창업벤처회사는 성공할 확률이 5%라고 해요.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실패 박물관을 만들 작정입니다.”
실패 박물관은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원인을 분석해 창업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창업을 위한 경영훈련기관을 지정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대전의 기술력, 전문 인력에 뒷받침하는 행정력을 갖춰 젊은이들에게 대전을 기회의 땅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이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대전의 실패 박물관에 관심이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안은 여론과 순리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민선 6기에 시민이 선택한 트램(노면전차) 방식으로 조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확인했다. 지금 정부가 진행하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라야 하지만, 예산 범위 안에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보완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며 유연한 태도도 보였다.
갈등을 빚는 사업은 공론화할 계획이다. 찬·반이 대립하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등은 시장 직속으로 신뢰성과 객관성을 갖춘 ‘문재인식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 이은덕 사진작가 제공
‘대전시의회가 민주당 일색이어서 의회 눈치 안 보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내각제 구상’을 내비쳤다. 주요 시정에 의원들을 참여시켜 책임 행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주권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시민의 대표인 시의회의 협조를 얻어 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시의회가 동의한다면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의원들은 의회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분들이므로 절 편하게 두진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주거·교육·환경·의료·일자리를 아우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도심에 젊은 세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공약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수한 교육 환경과 저렴한 전세 여건 때문에 젊은 계층이 세종시로 유출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과 협력해 고교 무상급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조직의 개혁과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시정·업무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업무가 부서별로 중복되거나 아예 주무부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민원이 많은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도 필요했다. 당장 업무를 분장하고 대민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뒤, 본격적인 조직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성구청장을 거친 준비된 시장을 강조하면서도 공부하는 시장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아직 경륜과 경험 등 부족한 점이 많다. 능력을 담금질하고 부지런히 배워서 기대에 부응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