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많이 부딪혀 봐야죠. 그래도 안 되면 시민께 호소해야죠.”
거대 정당이 양분해온 충북 청주시의회 철옹성을 연 정의당 이현주(62) 당선인의 당찬 포부다. 이 당선인은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도입된 2006년 4회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에 군소 정당 비례 대표로 청주시의회에 입성했다.
정의당은 이번 청주시의회 비례 대표 선거에서 4만3885명(11.96%)의 지지를 얻었다. 국회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8.03%)을 가볍게 제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당선인은 “아동 보육, 교육, 복지 등은 전문 분야는 물론 시정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소수 정당으로서는 유일하게 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어깨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보육·아동·청소년 정책특보로 일하는 등 이 분야 전문가다.
지방의회가 대폭 물갈이된 이번 지방선거에선 눈에 띄는 당선인들이 유난히 많다.
이상식(50·민주당) 전 노영민 의원 보좌관은 충북도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1989년 학생운동으로 구속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하다 2000년부터 노영민 주중 대사와 인연을 맺었다. 노 대사가 의원 땐 보좌관으로 그림자처럼 그를 도왔다. 이 당선인은 “역시 내 선거가 어려웠다. 서민경제·비정규직 보호 등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박완희(45·민주당)씨는 청주시의원이 됐다. 환경단체 두꺼비친구들 상임이사를 맡는 등 환경 운동 외길을 걸은 그는 “생태보전, 공동체 도시 청주를 위해 일하려 한다. 청주 난개발, 도시공원 일몰제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정(53·민주당) 전 음성군농민회장은 음성군의원에서 체급을 올려 충북도의회에 진출했다. 이 의원은 전국 처음으로 농축산물가격안정조례 제정을 주도하고, 지난해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비해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제안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유영경(51·민주당) 전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는 재미있는 생활 정치를 꿈꾸며 청주시의원이 됐다. 유 당선인은 여성발전센터소장,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을 지낸 대표적 여성 활동가다. 그는 “시민과 호흡했던 장점을 살려 동네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성 평등, 환경, 더 나은 주민의 삶 등 주장에 머물렀던 비전들을 생활 속에서 정책으로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충북도의회 32석 가운데 28석, 청주시의회 29석 가운데 25석 등 민주당의 압승 속에 눈에 띄는 한국당 당선인도 있다. 충북 최연소 지방의원이 된 유광욱(31) 전 청주시청년정책위원장이다. 유 당선인은 4년 전 고배를 딛고 청주시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변화를 바라는 주민의 마음을 보았다. 청년, 안전 등의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생활자치팀장은 “민주당으로 너무 치우친 부분은 우려되지만, 여성, 환경·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회 진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서 내려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