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들머리에 있는 채무 제로 기념수. 현재 기념수가 말라죽고 있어, 경남도는 기념수 위에 그물망을 설치해 그늘을 만들고 영양주사를 놓는 등 기념수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홍준표 적폐의 상징인 채무 제로 기념수를 없애라.”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와 ‘열린사회 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9일 경남도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의료원 강제 폐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각종 기금 폐지 등으로 만든 채무 제로를 기념하는 나무가 경남도청 정문에 서서 말라죽고 있다. 홍준표 적폐의 상징인 이 나무가 도청을 가리고 서 있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6년 6월1일 경남도는 “홍준표 지사 취임 이후 3년6개월만에 1조3488억원에 이르던 경남도 빚을 모두 다 갚았다”며 ‘채무 제로 선포식’을 열고, 이를 기념해 도청 들머리에 풋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20년생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나무가 말라죽자, 경남도는 같은 해 10월15일 사과나무를 뽑고 같은 자리에 40년생 주목을 심었다. 그러나 주목마저 말라죽자 지난해 4월22일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주목을 바꿔 심었다. 하지만 이마저 말라죽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미 죽은 나무를 도청 들머리에 세워두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다”며 안타까워했으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길에 오르는 것을 우려해 경남도는 기념수를 없애지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념수가 죽기 일보 직전으로 되살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 도지사 취임 전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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