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울산지역 선거 출마후보들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정당으로서의 새 출발을 다짐했다. 민중당 울산시당 제공
4·13지방선거에서 울산은 더불어민주당이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은 물론 의회까지 모조리 휩쓸면서, 그동안 노동자층 지지를 토대로 일부 기초단체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진보정당마저 몰락하는 현상을 빚었다.
민중당·정의당·노동당 등 진보 3당은 이번 선거에서 울산에 진보후보 단일화 협의를 통해 시장과 3명의 구청장 후보는 물론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에다 13명의 광역의원, 21명의 기초의원 후보를 냈으나 개표 결과 기초의원 1명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 진보정당은 이전까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자 지지기반이 두꺼운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과 맞서 여러 차례 선거에서 진보 구청장은 물론 국회의원까지 배출했다.
북구에선 재선거를 포함한 모두 7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와 5차례의 구청장 선거에서 각각 3차례씩 진보 당선자를 냈다. 동구에선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고. 재보선을 포함한 7차례의 구청장 선거에서도 4차례나 진보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이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의회까지 대부분 싹쓸이했을 때만 해도 북구와 동구에서만큼은 진보정당이 기초의회 의석을 새누리당과 거의 대등한 비율로 나누고, 다른 기초의회에서도 모두 1~2석씩 자리를 지켰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내지 못하고, 4년 전 선거에서도 광역의원 비례대표 1명, 중구와 울주군 2곳에서 기초의원 1명씩만 배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 ‘텃밭’인 북구와 동구에서조차 민주당이 한국당은 물론 진보정당까지 제치고 단체장과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자리를 휩쓸다시피 했다. 진보정당은 민중당이 북구에서 기초의원 1명만 당선시키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에선 일반적으로 민주당이 남북문제와 적폐 청산, 노동자 권익 등 진보 의제를 선점해 주도해오는 동안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차별성을 드러내 지지층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조승수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번 선거는 시민들의 적폐 청산 요구와 열망이 자유한국당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줬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하지만 옥석의 구분 없이 민주당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너무 거세 진보정당의 향후 진로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중당 울산시당은 투개표가 모두 끝난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열어 “목표했던 데 비해선 아쉬운 성적표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이 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와 외교·통일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자유한국당을 해체하겠다는 민중의 열망이 실현돼, 선거 결과를 민중의 승리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비로소 진정한 진보정당인 민중당과 보수정당 민주당이 일대일로 경쟁하게 됐다. 권력을 견제하고 상호 발전하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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