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 참사 왜?
응급실 탕비실 천장 전선서 불
애초 건축대장에도 없는 시설
세종병원, 1·4·5층 5곳 불법증축
복구명령 외면, 이행강제금만 내
스프링클러·옥내소화전 없어
응급실 탕비실 천장 전선서 불
애초 건축대장에도 없는 시설
세종병원, 1·4·5층 5곳 불법증축
복구명령 외면, 이행강제금만 내
스프링클러·옥내소화전 없어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설마’ 하는 안전불감증과 ‘작은 잘못’이 쌓여 결국 큰 화를 불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밀양 화재 참사는 21명이 숨진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5명이 숨지고 139명이 다친 2015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사고(드라이비트 외장재 사용 등), 29명이 사망한 지난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셀프 소방점검 등) 같은 대형 화재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의 종합판이다. 대형 화재사고를 잇달아 겪고도 세종병원 화재사고를 막지 못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대책본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몇차례 수정을 거쳐 세종병원 입원환자 수를 83명으로 최종집계했다. 하지만 다음날일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입원환자 수를 99명으로 보고했다. 하룻밤 새 환자가 16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대책본부 부본장인 김한수 경남경찰청 형사과장은 “지난 26일 환자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구조 과정에 많은 혼선이 벌어졌다. 세종병원 꼭대기 층인 5층을 인접한 세종요양병원이 요양병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몰라, 5층 환자 16명을 집계에서 몽땅 빠뜨렸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환자 83명보다 많은 사상자가 계속 나오자 소방·경찰 등 구조 당국은 크게 당황했다. 환자 규모를 몰랐던 당국은 당일 추가 수색을 3차례나 하는 등 초동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병원에서 요양병원 병실로 바뀐 세종병원 5층은 곳곳이 무단증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병원은 다섯곳 147㎡를 무단증축해 2011년부터 해마다 밀양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있다. 5층은 창고·식당 등을 만드느라 세곳 98.83㎡가 무단증축됐다.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연결하는 1층 통로도 23.2㎡ 무단증축됐는데, 현장감식반은 28일 병원 1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건물 전체로 퍼진 경로 중 하나로 이곳을 지목했다.
하지만 세종병원은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며 단 1건도 원상복구하지 않았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경남도·보건복지부 등 상급기관과 협의했지만 5층 병실을 요양병원으로 바꾸는 것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어, 2015년 4월20일 일반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변경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현장감식 결과, 최초 불이 난 곳은 1층 응급실 안 환복·탕비실 천장 전선으로 밝혀졌다. 환복(탈의)·탕비실에서는 전기주전자 2대, 멸균기 2대, 냉장고 1대, 전기온수기 1대, 변압기 1대, 산소통 1개 등이 있었다. 그러나 환복·탕비실은 애초에 없던 간이시설로, 건축대장에 표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천장 전선 문제가 환복·탕비실 설치 과정에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환복·탕비실을 운영하며 문제는 없었는지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천 화재 참사에서 지적된 ‘셀프’ 소방안전점검도 여전했다. 세종병원은 소방안전점검을 병원 직원에게 맡겼다. 밀양소방서 쪽은 지난 3년 동안 이 병원의 소방안전점검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류상일 동의대 교수(소방행정)는 “중소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스프링클러, 비상발전기, 배연장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방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용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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