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손자가 든 영정 사진 속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할머니, 우리가 이렇게 보내…” 영정사진을 뒤따르던 상주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10분 남짓한 영결식이 끝나고 희생자의 관이 화장로로 들어서자, 유족들은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어머니”, “아이고”라고 외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모두 38명이 숨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희생자 7명의 발인이 28일 순차적으로 치러진다.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박아무개(93)씨의 발인식이 밀양농협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7시께 시작됐다. 가족들은 발인식 시작 전부터 빈소의 짐을 챙기며 이별을 준비했다.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한 유족은 고인의 관을 따라 빈소를 나선 뒤 화장터로 향했다.
희생자 박씨는 고령에다 폐가 좋지 않아 화재 3주 전부터 세종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몸 상태가 호전돼 화재가 발생한 당일 오후 퇴원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유족들은 차분히 발인식을 치렀지만, 관이 화장터에 들어서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흰 천으로 싸인 관이 화장로에 들어서자, 유족들은 “어머니”, “엄마 사랑해”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고인의 유해는 밀양 단장면 감물리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27일 오후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희생자 함동분향소'가 마련된 경남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나오고 있다. 밀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오전 밀양농협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져있던 현아무개(88)씨의 발인도 이어졌다. 고인의 빈소 앞에는 고인의 자녀들이 재직 중인 기업과 학교 등에서 보낸 화환 20여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상복을 입고 발인식을 기다리는 유족들은 아직도 고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빈소 안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영결식을 치른 유가족들은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릴 때도 말이 없었다. 영정을 든 손자를 따라 운구차까지 가면서도 유족은 조용히 눈물만 훔칠 뿐이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멀리 떨어진 밀양시 공설화장장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어머니”라고 말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관이 화장로로 들어서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몸을 비틀거리며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한 유족은 “원래 25일에 퇴원을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퇴원을 하루 미뤘다가 이렇게 화를 입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인의 유해는 생전에 살던 밀양 상남면 당촌에 모셔질 예정이다.
한편 세종병원 화재 중상자가 치료를 받던 중 27일 밤 10시께 숨지면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망자는 37명에서 38명으로 늘어났다. 밀양시내 장례식장이 부족한 탓에 29일까지 희생자들의 빈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7명의 발인식이 치러진데 이어 29일 17명, 30일 2명의 발인이 예정되어 있어 31일까지 대부분 희생자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밀양/최민영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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