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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개 병상·노인 중환자 많은데…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등록 2018-01-26 21:33수정 2018-01-26 23:46

밀양 세종병원 화재
26일 밤10시 사망 37명·부상 140여명…부상 7명은 위독
제천 화재 한달만에 또 참사…병원 이송뒤 상당수 숨져
26일 아침 7시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아침 7시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이날 밤 10시 기준으로 환자 34명, 의료진 3명 등 37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7명은 위독한 상황이라,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1일 사망 29명, 부상 40명의 인명피해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가 일어난 지 고작 한달여 만의 일이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화재 진화에 나섰지만, 제천 화재 참사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졌다. 연기가 병원 안 전체에 퍼진데다, 뇌혈관 질환과 노인성 질환 등을 주로 치료하는 병원이라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대피하기 어려운 고령의 중환자가 많았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숨진 환자 34명 중 33명이 60~90대였다. 60대 3명, 70대 4명, 80대 17명, 90대 9명 등으로 숨진 환자 중 80대 이상이 26명(76%)이었다. 이 병원이 관련 법령으로는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도 인명피해가 많았던 원인이 됐다.

1층 응급실에서 처음 불이 붙으면서 나온 짙은 연기는 중앙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빠르게 퍼져, 지상 5층 건물 전체를 가득 채웠다. 화재 발생 당시 응급실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화재 발생 30여초 만에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웠고, 다시 60여초 뒤엔 응급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와 소방차 40여대를 동원해 2층에서 불길이 위로 더 번지는 것을 막고, 오전 10시26분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병원에는 95명이 입원 가능하다. 화재 발생 당시 응급실엔 환자가 없었다. 2층 입원실엔 30여명의 환자가 있었고, 3층 중환자실 환자 15명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였다. 구조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은 14명이고, 대피 이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이송 뒤 숨진 사람은 23명이다.

사망자들은 1층과 2층에서 대부분 발견됐고, 꼭대기 층인 5층에서 일부 발견됐다. 병실이 없는 1층에서 많은 이들이 숨진 것은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1층 쪽으로 내려왔으나 불길에 막혀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피 과정에 중환자실 환자들의 인공호흡기 같은 생명유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불길은 1층에만 치솟고 있었지만, 검은 연기가 이미 건물 전체에 가득 찬 상태였다. 사망자 중 화상으로 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망자 가운데 불에 탄 주검이 없어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재경 밀양보건소장은 “입원환자 중에 중환자, 노인 환자, 호흡기 환자가 많아 화재사고에 취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병원과 맞붙은 세종요양병원에도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입원환자 94명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26일 아침 7시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아침 7시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경남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밀양경찰서에 설치했다. 경찰은 세종병원이 2012년 8월 147㎡를 무단증축했으나, 밀양시가 이 사실을 적발하고도 해마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무단증축 건축물로 등재만 한 상태로 방치한 이유도 조사할 방침이다. 무단증축은 병원 1층 통로, 4층 식당 일부, 5층 창고 등에서 이뤄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7일 오전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첫 발화지점과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처음 불이 난 곳은 1층 응급실의 냉난방기 또는 냉난방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응급실에 딸린 간호사 탈의실에서 처음 불이 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발화점과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밀양시는 27일 아침 밀양시 문화체육회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화재 희생자 규모가 커진 것과 관련해 “이번 화재가 중환자들이 입원 중인 병원에서 발생해 생명유지장치 등의 작동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면밀히 살펴 사망 원인을 신속히 파악해 가족이 혼란스럽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밀양/최상원 김영동 김일우 황금비 최민영 기자, 성연철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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