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7시30분께 아래쪽에서 타는 냄새가 올라오면서 비상벨이 울려 내려가 보니, 1층 응급실 간호데스크에 불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원무과 직원 1명과 당직간호사 1명 등 2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7시32분 119에 전화로 신고하고, 병원에도 보고했다.” 26일 화재 당시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간호조무사 최아무개(40)씨의 말이다.
26일 세종병원 화재 당시 병원에 9명의 당직자가 있었는데, 당직 의사 민아무개씨가 1층에서, 간호사 김아무개씨와 간호조무사 김아무개씨가 2층에서 숨졌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응급실 옆에는 빈 소화기 7개가 놓여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병원 직원들이 자체 진화에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병원 쪽은 직원들이 초동 대응에 실패한 뒤 소방관들과 함께 구조작업에 애썼다고 한다. 석경식 병원장은 “7시50분쯤 병원에 도착해 구조대원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 구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병원 간호사들과 영상의학과 의사가 구조작업을 도왔다는 목격자의 전언도 있었다.
화재 당시 의료진이 진화·구조에 나섰지만, 세종병원의 95개 병상 수에 견줘 당직 인원이 부족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화재 참사 당시 세종병원 당직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등 7명이었다. 주민 ㄱ(67)씨는 “거동이 불편하고 나이가 많은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사람(직원)이 별로 없어 화재와 구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아침 7시35분께 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과 함께 인명구조 작업을 동시에 벌이고, 불길이 병원 중앙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건물로 퍼지는 유독가스는 막지 못했다.
‘스프링클러 등이 있었다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송경철 세종병원 의료재단 이사장은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건물은 아니다. 세종병원과 바로 붙어 있는 세종요양병원은 올해 6월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어 다음주에 공사할 예정이었다. 응급실 소화기도 법령 기준대로 배치돼 있고, 화재 당시 직원들이 전부 사용했다. 당직 인원 또한 정상 배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병원 내장재도 건축법에 어긋나지 않은 재질을 사용했다. 화재 발생 시 대응 지침도 있고, 이에 따라 대피훈련을 해왔다. 소방점검에서도 지적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밀양/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