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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 입은채 소방관 돕고…구조 환자에 외투 벗어주고…

등록 2018-01-26 21:27수정 2018-01-26 22:30

환자 구조에 몸 던진 밀양시민들
병원 옆 여관 주인 연기속 2시간 사투
“시민 30여명 탈출 환자 이송 도와”
26일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우영민(24)씨가 취재진에게 화재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6일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우영민(24)씨가 취재진에게 화재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아침 8시께 인명구조대(미끄럼틀 모양의 재난대피용 구조대)를 타고 할머니 한분이 아래로 내려왔어요. 달려가서 할머니를 들었는데 힘없이 팔이 툭 떨어졌어요. 구급차에 할머니를 실어드렸어요. 할머니 가족들이 눈을 뜨지 않는 할머니를 잡고 오열했어요.”

26일 불이 난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두시간 동안 구조활동을 한 우영민(24·밀양 상남면)씨는 이 기억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우씨는 이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검은 연기를 보고 병원 쪽으로 승용차를 돌렸다. 아침 7시40분께 병원에 도착하니 검은 연기가 병원을 뒤덮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사람들을 구하려 병원 안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소방차는 물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창문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며 손수건을 흔들고 있었다.

5층인 세종병원과 6층인 세종요양병원 창문으로 인명구조대가 아래까지 내려졌다. 인명구조대를 타고 환자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우씨는 환자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거나 핫팩을 쥐여줬다. 환자들을 구급차나 따뜻한 국화원 장례식장 안으로 옮겼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씨의 흰색 옷은 연기로 검게 변했다. 우씨는 정신없이 오전 10시까지 소방관들과 함께 사람들을 구조했다. 하지만 나중에 37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씨는 “내가 있는 곳에서만 시민 30명 정도가 소방관들의 구조를 도왔다. 시민 몇명은 병원에 직접 들어가 환자를 구하려고 했지만 소방관들이 위험하다고 말렸다”고 했다.

26일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 옆 여관에서 이명숙(50)씨가 창밖으로 병원 쪽을 내다보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6일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 옆 여관에서 이명숙(50)씨가 창밖으로 병원 쪽을 내다보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세종병원 바로 옆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이명숙(50·밀양 가곡동)씨는 아침 7시30분께 병원에 불이 난 것을 봤다. 불길은 크지 않았지만 검은 연기가 병원을 뒤덮었다. 다행히 바람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세종요양병원 쪽으로 불지는 않았다. 이씨는 환자들을 구하려고 옷을 껴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마스크도 없이 두시간 동안 검은 연기를 마시며 인명구조대가 흔들리지 않게 꽉 잡았다.

김씨는 “그래도 바람이 요양병원 쪽으로 불지 않고 우리 집 쪽으로 불어서 불이 요양병원으로 옮겨붙지는 않았았다. 아침 8시 병원 바로 옆 국화원 장례식장에서도 발인이 하나 예정돼 있었는데 상복 입은 사람들이 뛰어나와 ‘불이야’라고 외치며 소방관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밀양은 이날 아침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몰아쳤다. 구조된 환자들이 얇은 환자복만 입은 채 추위에 떨자 시민들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환자에게 입혀주기도 했다. 시민들은 병원을 탈출한 환자들을 근처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대피시키기도 했다.

밀양/김영동 김일우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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