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란(왼쪽 넷째)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춤극 <끝나지 않은 노래-나비의 꿈>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표현하고 있다. 민족춤패 너울 제공
“이 작품은 꼭 해야죠. 운명이니까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과 한, 고통의 세월을 담은 <끝나지 않은 노래-나비의 꿈>을 준비하는 오세란(58)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의 애착이다. <끝나지 않은 노래>는 민족춤패 너울이 창작한 춤극이다. 그는 이 작품에 예술감독 겸 안무 겸 배우로 참여했다. 두레와 너울은 한 뿌리를 둔 극단이다. 두레가 마당극 등 종합 연극을 추구한다면, 너울은 춤극을 고수한다. 천생 춤꾼으로 평생 살아온 그는 두곳을 넘나든다.
정수석 너울 사무국장은 “<끝나지 않은 노래>는 전국 곳곳의 ‘평화의 소녀상’으로 남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풀지 못한 꿈이 배어 있다. 할머니로 나오는 오 이사장은 그야말로 혼신을 다한다”고 말했다.
오세란(왼쪽 넷째)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춤극 <끝나지 않은 노래-나비의 꿈>에서 위안부 할머니로 등장해 한 많은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민족춤패 너울 제공
<끝나지 않은 노래>는 프롤로그 ‘소녀와 할머니’에 이어 평화롭던 소녀 때를 그린 ‘나의 살던 고향은’, 위안부로 끌려가 지옥 같은 삶을 산 ‘낭떠러지’, 수요시위·청문회 등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담은 ‘걷다’, 에필로그 ‘소녀와 소녀’로 이뤄져 있다. 그는 수요시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찾아 할머니들의 넋을 춤으로 달래온 터라 이 작품에 더욱 애착이 있다.
“꽃 피는 5월께 <끝나지 않은 노래>로 무대에 설 생각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결 고운 마음을 담아낼 수 있게 몸과 마음을 잘 가다듬으려 합니다.”
오세란(왼쪽) 예술공장 두레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춤극 <끝나지 않은 노래-나비의 꿈>에서 위안부 할머니로 등장해 소녀와 할머니의 상반된 삶을 표현하고 있다. 민족춤패 너울 제공
그는 늘 사회와 함께하는 배우이자 춤꾼이다. 지난해 3월 유성기업 노동자 고 한광호 열사 추모 문화제에서 춤으로 한 열사의 길을 열었다. 영동 노근리, 세월호 희생자, 한국군에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의 넋도 춤으로 달랬다.
“춤추고 싶었습니다. 예쁘고 고운 춤이 아닌, 이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 이야기를 담아 춤추고 싶었습니다. 거칠지만 따뜻한 춤으로 이웃과 삶의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두레의 새 예술 터전을 꾸밀 때 그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 첫머리다. 춤꾼이자 광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있다.
위기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두레 무대가 확 줄었다. 1984년 11월 창단한 두레는 2014년 30돌까지 1천여차례 공연했다. 2013~2014년엔 해마다 100차례 안팎씩 무대에 섰지만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40여차례로 곤두박질했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90여차례로 회복했다.
“두레와 너울이 더 많은 공연으로 시민에게 행복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자주 무대에 서고요.” 봄과 함께 그가 기다려진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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