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의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3·1 평화대회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가 열렸다.
“할머니들을 판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퇴하라.”
“소녀상 이전 요구한 친일 외교부 물러가라.”
1일 오후 1시50분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의 정발장군 동상 앞에 1000여명의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모였다. 시민들은 3·1절을 맞아 열린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 행사에 참석해 주최 쪽이 마련한 1000개의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지 못한 일부 시민은 선 채로 대회를 기다렸다.
오후 2시께 대회가 시작되자 길을 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대회에 참가했다.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 윤아무개(21)씨는 무대에 올라 “최근 소녀상 근처 시설물에 ‘일본 사랑’ 등의 유인물이 붙었다. 또 폐가구도 버려지고 있다. ‘나쁜’ 사람들 눈에는 소녀상이 쓰레기로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굴욕적인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철회하기 위해서라도 소녀상은 꼭 지켜내야 한다. 시민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시 낭송과 몸짓 공연 등이 이어진 뒤 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부른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1000여명의 참가자는 모두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리곤 맨발로 뒤꿈치를 든 채 1분 동안 침묵시위를 벌였다. 외교부와 일본 정부 등의 이전 요구에 맞서 시민들이 소녀상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는 “국민의 이름으로 침략과 전쟁범죄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촛불의 이름으로 나쁜 정부와 나쁜 정책을 바로잡고 적폐 청산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1000여명의 참가자는 일본총영사관을 한 바퀴 도는 평화 행진을 한 뒤 오후 3시50분께 대회를 마쳤다.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부산시민들의 힘으로 소녀상을 세웠듯 대회 이후 시민들과 함께 소녀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화로에서는 1272번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3·1절과 겹친 이날 수요시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1000여명 시민들이 모였다 김복동·이용수·길원옥·이옥선씨 등 위안부 피해자 4명이 무대 앞자리를 지켰다.
피해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도 주장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사과하기 전까지는 돈을 받지 말자고 길거리에서 계속 싸워왔는데 일본 정부 돈을 함부로 받아가지고 사업하는 게 옳은 일인가. 백억이 아니라 천억줘도 못받는다”고 말했다. 무대에 올라온 한 일본인은 “전쟁 후 70년이 지나도록 일본이 진실한 사죄를 하지 않고, 전쟁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희들의 전쟁책임에 대해서 사죄하겠다. 미안하다”며 “아베퇴진”을 외쳐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수요시위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함께, 12·28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며 ‘국민 해임장’ 6000여장을 모아 외교부에 전달했다.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상태이고 그렇다고 황교안 총리가 해임을 하지도 않겠지만, 국민의 이름으로 먼저 외교부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이 뜻을 담아 외교부에 전달하려고 한다”고 국민해임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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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의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3·1 평화대회에서 시민들이 일본 정부와 외교부 등에 부산 소녀상을 지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맨발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