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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한국도 해보면 장점 알 것”…유럽 경총의 조언

등록 2017-02-21 10:29수정 2017-02-21 11:47

‘경제민주화의 길’ 노동이사제 (하)
스웨덴 쪽 “해봐야 장단점 파악 가능”…네덜란드 “논의도 안해”
한국 노사 갈등 대안 될 수도…한국 경영계 “서울시 철회하라” 목청
“한국에서도 해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어요. 아기처럼 먹어본 적 없다고 먹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남성이 웃으며 기자에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스웨덴 경총(SN)의 법률자문 올라 브린넨이다. 스톡홀름 시내에 자리잡은 경총은 볼보 등 스웨덴 기업 6만곳(직원 150만명)을 회원사로 하는, 이를테면 한국의 경영자총협회 같은 곳이다.

브린넨 변호사는 “(스웨덴에선) 1970년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3년 동안 시험을 했다”며 “우려가 없진 않았는데 막상 해보니 평가가 좋아서 (경총도) 법을 만들기로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1973년 노동자의 이사회 대표 권한을 법에 담았고, 76년 영구화했다. 이제 25명 이상 기업이면 공사 구분 없이 이사회에 그 회사 노동자 누군가가 이사로 앉아 있다. 그들 대개는 동시에 노조 간부다.

브린넨 변호사는 대·중기업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법률 관련 로비를 하거나 국제노동기구(ILO) 회의에 경영진 위원으로 참석한다. 노동계와 대척하는 셈인데, 그의 말이 이렇다. “서울시의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한국 내 경영진과 노조의 적대적 관계를 개선시킬 여지가 생기지 않겠어요?”

그즈음 한국 경영자단체는 서울시가 2년간 준비해온 노동이사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11월말,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시민후생을 높이기보다 노사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고, 앞서 6월 경총은 성명서로 “근로자이사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으로 이사회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됨은 불 보듯 뻔하다. 주주가치의 제고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제도 자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이사가 이사회 결정을 방해하고 노사갈등을 더 키워 주주 이익을 해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국 경영계의 이런 주장은 유럽 경영계의 논리로 반박이 된다.

스웨덴 기업 내 상임이사나 이사회 의장들은 제 경험을 토대로 제도의 효용성을 직접 언급해 왔다. 스톡홀름대학 안데르스 빅토린 법대 교수가 2000년 내놓은 ‘노동이사제: 스웨덴 경험’ 보고서를 보면, 기업 전무이사(411명) 10명 중 6명(61%)이 노동이사제를 “매우” 또는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1명꼴(9%)로 “약간” 또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사회 의장들(326명)은 69%가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이라고, 5%가 “약간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나 “매우 부정적”이란 덴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경총(AWVN)의 위디트 판데르휠스트 법무이사는 <한겨레>에 “네덜란드 법은 회사의 주주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의 이해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주 이익만 절대시하는 주주자본주의를 넘어, 직원, 지역사회, 협력사 등의 이익을 함께 살피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추구한단 얘기다. 그는 “경총에선 노동자 경영참여를 지지하는지 동의하는지 내부 논의도 하지 않는다. 이건 (이미) 사용자와 노동자 간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를 반기지 않는 사용자들이 있다. 해외 경쟁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혁신 기업으로 간주되지만, 디자인 본사 등만 그곳에 두고 있어 국민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선 1971년 법제화한 노동이사제를 초기보다 주주들의 이사 결정권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30여년 만인 2004년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역학관계, 유럽 경제 흐름, 감독이사회에 대한 사회적 평가 등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경총과 노총 모두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분위기”(로버르트 판헷카르 박사·암스테르담대학교 노동연구소)라는 말마따나, 노동이사제 시행 국가에서 후퇴나 폐기를 주장하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웨덴 경총 브린넨 변호사도 “안 좋아하는 회사도 있지만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스웨덴 경총은 기업의 가치·중요성 제고, 공정·개방 경쟁 보장, 경제자유화와 세금 감면, 확장·유연화한 노동시장을 공식 가치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 경총과 존재 이유가 다를 바 없다. 브린넨 변호사가 또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 노동이사제로 말해줄 게 별로 없습니다. 1970년대나 오셨으면 많았을 텐데 말입니다.”

스톡홀름·예테보리(스웨덴)·암스테르담(네덜란드)/임인택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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