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에서 한 모녀가 사람 소녀상으로 참여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철회, 부산 동구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 제공
대다수의 부산 시민들이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두 나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12·28 합의) 이후 ‘위안부 합의 철회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사람 소녀상 1인 시위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청소년·대학생·예술인 등이 모여 만든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추진위)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1%가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진행됐으며, 부산 시민 1168명이 참여했다. 조사에는 10대가 34.6%(404명)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40대(275명·23.5%), 20대(269명·23%)가 뒤를 이었다.
12·28 합의에 따라 최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선 응답자의 79.2%가 반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 거출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한·일 두 나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가 집행 단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응답자들은 12·28 합의의 문제점으로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수렴 과정과 의견 반영 부재’ ‘일본의 과거 반성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려는 점’ 등을 꼽았다.
추진위는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담당 지자체인 동구는 “평화의 소녀상이 도로법에 명시된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과 시설 종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혀 추진위와 마찰을 빚어오고 있다. 추진위의 김유란 부산겨레하나 미디어홍보부장은 “설문조사에서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었었다. 동구와 협의를 통해 소녀상 설치 장소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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