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청년들을 위해 제공하는 사무실 공간인 청년허브에서 지난달 14일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이 함께 모여 지금까지의 성과를 서로 공유했다. 이들은 청년허브에서 바로 옆 사무실을 쓰고 있어 평상시에도 자주 교류한다. 탁기형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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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운동의 진화
청년운동의 진화
피자 30분 배달제를 폐지시켰고, 미용실 인턴 노동자 문제와 디자인 업계의 ‘열정 페이’ 문제를 사회에 알렸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1주당 하루치 ‘유급휴일’을 보장하는 주휴수당 문제를 제기해, 총 3000여명의 노동자가 체불된 5억원의 주휴수당을 지급받게 하기도 했다.
조합원 42명으로 시작한 청년세대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6년 동안 일군 성과들이다. 이제는 노동부로부터 공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고,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석한다. 현재 조합원은 1100여명에 달한다.
저성장의 흐름과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이 몰고 온 일자리 환경 악화는 아직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직접적이고 큰 타격을 입혔다. 어느새 청년은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이 되어버렸지만, 아무도 이들의 고통을 눈치채지 못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위기가 청년의 삶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지도 해결책을 묻지도 않고 있었다”고 출범 당시를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사회가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을 드러내고 실제 제도 개선까지 이뤄내는 ‘당사자 운동’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14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청년허브의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원 송효원씨는 “학원강사로 일하며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란 통보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구체적인 당사자들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 성과로 연결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바로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활동도 눈에 띈다. 2013년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가 15만5000원으로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인 14만8000원보다 더 높다는 ‘방값 역전 현상’을 발표하며 눈길을 끄는가 싶더니, 청년들을 위한 공유주택인 ‘달팽이집’을 내놓으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2014년 3월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 110만원의 출자금 8200만원으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40.39㎡(12평)짜리 빌라 두 채를 장기 임대해 공유주택을 만들었다. 달팽이집에 거주하며 민달팽이 활동을 하는 임소라씨는 “원룸에 혼자 살 때는 창문을 열어두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달팽이집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된다는 점이 큰 힘”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 외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청년연대은행-토닥은 청년들의 소액대출을 위한 상호부조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알바노조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학자금 대출 문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위한 빚쟁이유니온도 설립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청년운동 진화기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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