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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주민들 “도발 또 하면 어떡하나…대북방송 그만했으면”

등록 2015-08-21 20:12수정 2015-08-21 22:07

21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 옆 민방공 대피소에서 한 주민이 빵과 음료수로 식사를 하고 있다. 연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1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마당 옆 민방공 대피소에서 한 주민이 빵과 음료수로 식사를 하고 있다. 연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연천·철원 주민들 표정
북한군의 포격으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지 이틀째인 2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삼곶리·횡산리에는 고요함 속에 추가 포격에 대한 걱정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루미마을’로 불리는 임진강변의 작은 마을인 이곳의 주민 89가구 186명은 전날 갑작스런 포격에 대피소로 급히 몸을 피했고 대부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민들은 날이 밝자 농사일을 위해 들판으로 떠났고, 어르신과 어린이 40여명만 남아 대피소를 지켰다.

지난해 10월 대북전단을 향해 발사한 북한군의 고사포탄이 떨어졌던 중면사무소 마당 옆 대피소에는 오전 9시30분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시작으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덥고 습한 날씨 속에 132㎡ 크기의 작은 지하대피소에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번 포격 사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삼곶리로 시집와 35년째 살고 있는 마을 부녀회장 장동순(55)씨는 “연평도 포격 사건 뒤 전방지역인 우리 마을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잘 대처한 것 같다. 빨리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부모님, 누나 두 명과 함께 대피한 초등학교 4학년 최수혁(10)군은 “전쟁이 일어날까봐 무섭다. 남한과 북한이 빨리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군과 누나 두 명은 마을에서 10㎞ 떨어진 군남초·중학교에 다니는데, 이날은 등교하지 않았다.

연천 중면 186명 뜬눈 지새워
북 추가 군사적 행동에 촉각
오후에 대피령 해제돼 집으로

철원 주민들 ‘대치 장기화’ 걱정
주말 체험관광 대부분 취소돼
“남북 빨리 해결점 찾길 바래”

주민들은 북한이 전날 ‘오늘 오후 5시부터 48시간 안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며 군사적 행동을 예고한 터라 긴장감을 감추지 않으며 추가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마을 노인회 총무인 허화일(74)씨는 “주민을 불안에 빠뜨린 대북방송을 안 했으면 좋겠지만, 정부도 목적과 근거가 있어 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이 큰소리를 치지만 다시 쏘면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날 중면 대피소를 방문한 정종섭 장관은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더욱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영토 수호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역할을 하는 데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주민이 대피시설에 오래 머물 수도 있기 때문에 시설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본연의 기능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천군은 대피소가 덥고 답답하다는 불만이 나오자 이날 오후 대피소 두 곳에 텔레비전과 냉장고, 에어컨을 설치했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정부가 북 도발에 적극 대응해줘서 든든하고 고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안전인 만큼 정부가 전방 주민의 안전 문제를 더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내려진 주민대피령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해제됐다. 이에 따라 대피소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이날 저녁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파주시 민통선마을과 김포시 월곶면, 인천 강화도에 내려졌던 대피령은 전날인 20일 밤 해제된 바 있다.

연천 포격 지점과 가까운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주민들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장기화하면 마을 체험관광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날 수도권 주민 100여명이 대마리에서 토마토와 감자 캐기 체험관광을 하려 했지만 포격 사건으로 전면 취소됐다. 주말 체험관광을 예약한 150명도 계획을 취소했다.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군부대의 통제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진수 대마2리 이장은 “‘민북마을’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최근에야 관광객이 찾기 시작했는데 자꾸 이런 일이 생겨 걱정이다. 남과 북이 빨리 해결점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천 철원/박경만 박수혁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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